지난주 경기도 이천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도 안전 불감증에 기인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소방 당국의 잠정적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재 초기에 스프링클러 작동이 8분 가량 지체됐다. 스프링클러가 고장 났던 것인지, 아니면 오작동에 따른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누군가가 일부러 그것을 꺼 놓았던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쪽이어도 문제다.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었다는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물류센터 현장의 안전 불감증에 대해서는 쿠팡 경영진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이번 화재는 전기 콘센트에서 일어난 불꽃이 발단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의적 방화도 아니고 그렇게 시작된 불이 쉽사리 물류센터 전체로 번졌다는 것은 경영진이 평소 화재 대비에 소홀했음을 말해준다. 노조에 따르면 직원이 근무 현장에 휴대폰을 들고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고 있었고, 이로 인해 현장에서 화재발생 신고가 신속히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이 역시 경영진이 업무능률 향상에만 신경 쓰고 작업 현장과의 실시간 의사소통은 뒷전으로 미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택배 서비스 수요 급증에 따라 물류센터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한 안전 대책은 행정과 입법 양 측면에서 미흡하기 때문이다. 물류센터 화재는 잊을 만하면 다시 일어나기를 거듭해 왔다. 지난해 3월에는 포천, 4월에는 군포와 이천, 7월에는 용인에서 물류센터 화재가 일어나 적잖은 재산이나 인명 피해가 났다. 그때마다 정부는 사후약방문식 응급 대책을 내놓았을 뿐이고, 국회는 정부와 해당 기업을 타박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이번에도 그래서는 결코 안 된다. 물류센터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가연성 물질이 가득한 물류센터의 화재는 큰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라도 정부가 물류센터 화재 사고를 근절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국회는 물류센터의 안전과 관련된 법률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미비점을 보강해야 한다. 이번 쿠팡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김동식 소방령의 영결식이 어제 열렸다. 이런 비극이 또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