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번달에만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를 1조 1673억원, SK하이닉스(000660)를 3112억원어치 사들였다. 각각 이달의 외국인 순매수 1, 2위 종목이다.
이는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올 들어 외국인은 전기전자 업종을 집중적으로 팔아치웠었기 때문이다. 실제 1~8월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은 나란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했는데, 각각 4조 8293억원, 2조 6755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의 태도가 바뀐 건 반도체의 실적 반등 기대감 덕이다. 반도체주 주가를 끌어내렸던 메모리칩 가격 반등에 대한 가시성이 높아진 데다, 5G 스마트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이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역시 이러한 이유를 들어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조정 한 바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주가는 이미 최악을 반영한 상태로 바닥을 확인했다”며 “3분기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고 4분기엔 출하량이 증가하는 한편 현물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고정가 상승은 내년 1분기에 이뤄지며 주가 랠리가 진행, 2021년엔 메모리 반도체의 빅사이클이 재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선 반도체주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질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당장 반도체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지 여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탓이다.
증권가에선 반도체를 향한 외국인들의 러브콜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반도체 실적전망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어 외국인도 수급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며 “반도체 연간 영업익이 내년 30%대씩 반등한다는 걸 감안하면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보다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고 짚었다.
다만 단기적으론 여러 이벤트가 산적한 만큼 당장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는 점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 팀장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향후 물가전망에 대해 2% 상회하는 수치를 제시할 경우 평균물가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물가에 대한 부담이 작용하며 달러 강세를 자극할 수 있다”며 “향후 이뤄질 미국 대선 1차 토론이나 반독점소위원회 청문회 등 이벤트가 시장 교란요인으로 작용하며 차익실현이 나올 수 있지만,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국 증시가 랠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중·장기적인 경로는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