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사서 상장 즉시 매도"…외국인 '공모주 단타' 논란

박종오 기자I 2020.07.20 02:30:00

개인은 1주 받기도 힘들었던 SK바이오팜 등
외국인은 의무보유 확약없이도 대거 받아 매도
에이프로·소마젠도 상장 초기 팔아치워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해야" 지적도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가 공모(IPO) 시장에서 받아 간 주식을 상장 초기 대거 처분하며 단기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큰 손’에게 ‘공모주 단타’를 허용하는 현행 구조가 공정하지 않다는 불만도 나온다.

1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주(7월 13~17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SK바이오팜(326030) 주식 약 77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순매도 금액은 네이버(035420), SK하이닉스(000660), LG화학(051910), 카카오(035720) 다음으로 많은 5위였다.

외국인 투자자는 SK바이오팜이 상장한 이달 2일부터 17일까지 14거래일 연속으로 주식을 내다 팔았다. 공모주 607만 주를 받아 가서 2주일 새 절반이 넘는 412만 주를 처분한 것이다. 순매도 금액은 8000억원이 넘는다. SK바이오팜은 첫 거래일 ‘따상’으로 시작해 종가 기준 21만7000원까지 올랐다가 외국인 매도로 내리막길을 걸어 17만7000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주말 기준 19만1000원으로 회복했다. 저점 기준으로 봐도 공모가 대비 260%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외국인은 지난주 코스닥 시장에서도 소마젠과 에이프로(262260) 주식을 각각 177억원, 8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소마젠은 지난 13일, 에이프로는 16일 각각 상장했다. 외국인의 순매도 상위 종목 중 소마젠은 2위, 에이프로는 9위였다.

‘의무 보유 확약’ 없이 공모주를 받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장 즉시 대거 매도하는 단타에 나서는 것이다. 의무 보유 확약이란 기관 투자가가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는 조건으로 공모주를 상장 후 2주~6개월 등 일정 기간 보유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기관도 지난주 코스닥 시장에서 에이프로와 소마젠 주식을 각각 590억원, 313억원어치 처분했다. 순매도액 기준 상위 1위와 3위다. 두 종목은 SK바이오팜보다 기관 투자가의 의무 보유 확약 비율이 낮아 매도가 수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외국인과 기관이 내다 판 주식은 개인이 받아 갔다. 지난주 코스피 시장에서 SK바이오팜은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7위 종목(628억원)에 올랐다. 에이프로는 개인의 코스닥 순매수 상위 1위(1031억원), 소마젠은 2위(514억원) 종목 자리를 각각 차지했다.

최근 SK바이오팜 청약에 증거금 31조원이 몰리는 등 공모주 투자 열풍이 불면서 개인들은 공모주 받기가 하늘에 별따기인데 개인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공모주를 대거 받은 외국인과 기관이 상장 초 주가가 크게 오르자 주식을 처분해 쉽게 돈을 벌고, 반면 개인은 공모주보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들일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주식 보유 의무 등 별다른 제약 없이 외국인에게 과다하게 공모주 물량을 안겨주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손보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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