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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논의라고 비난 받는 이유이자 30여년 동안 유사한 문제가 반복된 현행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문제 제기한 최저임금 결정 개편논의 ‘쏙’ 들어가
정부는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 논의에 대한 불씨를 지폈다. 지난해 1월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안을 제시하고,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해 20대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은 별다른 논의조차 없이 국회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 70여개 최저임금법안이 계류돼 있었으나 이들 법안도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모두 폐기됐다.
당시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시 상·하한 구간을 결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실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결정위원회’ 두 개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를 이원화하는 안을 냈다.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에서 객관적 지표와 현장조사 등을 바탕으로 최저임금 구간을 제시하고, 결정위원회 노·사·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정하는 구조다. 구간위원회는 상시적으로 활동한다. 최저임금 결정 시기에만 잠시 모여 최저임금을 별다른 기준없이 ‘임의’로 정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다 .
고용노동부는 21대 국회에 관련 법안을 다시 제출할 지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자 최저임금 속도조절론과 함께 등장한 개편논의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뚝 떨어지자 자취없이 사라졌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번개불에 콩 구워 먹는 식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될 우려가 있다. 올해 최임위 위원 27명 중 25명(공익위원 8명·사용자위원 9명·근로자위원 8명)의 임기가 내년 5월 13일 끝나기 때문이다. 통상 3월말에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고, 4월에는 최저임금 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내년에는 새로운 최임위 위원 인선 작업 등으로 심의가 늦어질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짧은 최저임금 심의 기간을 더 단축할 수 있는 악재다.
◇‘공익위원 독립성’ 논란 또다시 제기
매년 노사 양측이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해 노사는 평행선을 달린다. 공익위원이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최저임금이 정해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역시 결국 공익위원이 낸 단일안으로 결정됐다. 정부가 위촉한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결정의 캐스팅보트를 쥐면서 이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해, 문재인 대통령이 위촉한다. 정부의 입김을 막을 수가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는 사용자 중심으로 쏠린 공익위원이 위촉됐고, 이 정부 들어서는 반대로 진보진영 학자 중심으로 공익위원을 뽑았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이 정해진 후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은 매년 나온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공정성·중립성·대표성 시비는 끊이질 않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최저임금 결정 이후 “현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노사 사이에서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이 결정적으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구조의 근본적인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며 “향후에는 소모적 논쟁과 극심한 노사갈등을 촉발하는 후진적이고 구태의연한 결정체계를 공정성·객관성에 입각해,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 수치를 정부와 공익위원이 책임지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입장을 냈다.
공익위원의 정치적 외압 논란에 대해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은 “이익 집단이나 정치세력 등에 영향을 받은 것은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공익위원 9명 개개인에 대해 생각이나 입장을 요구한 적도 없고, 이를 따른 적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