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어디가 숲이고, 강인지…신록 춤추는 길에 서다

강경록 기자I 2020.05.22 04:00:00

강원도 화천 파로호 산소100리길 라이딩
연꽃단지~붕어섬~꺼먹다리~화천댐 총 42km
출발지와 목적지 없는 원 형태로 이어져
김 훈 작가가 이름 지은 ''숲으로 다리''
3국의 손을 거쳐 완성한 ''꺼먹다리''

강원도 화천의 파로호 산소 100리길 중 백미인 숲으로다리


[화천=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강원도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고장, ‘화천’(華川). 빛나고 아름다운 하천이라는 의미다. 병풍처럼 길게 늘어선 산등성이와 그 앞을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 그리고 반짝이는 파로호가 화천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1944년 화천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호수 ‘파로호’. 내륙의 바다라 불릴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 호수에 특별한 길이 생겼다. 파로호 산소 100리 길이다. 북한강변을 따라 조성한 길로 대부분 길이 평탄해 누구나 무리 없이 완주할 수 있는 자전거길이자, 걷기 길이다. 호수와 주변 산자락에서 뿜어내는 상쾌한 공기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길이다.

거레리 사랑나무


◇북한강변을 따라 강으로, 숲으로 달리다

파로호 산소 100리길. 시작점은 이 길의 서쪽 끝인 서오리지 연꽃단지다. 여기서부터 붕어섬~숲으로다리~꺼먹다리~딴산유원지를 거쳐 화천댐까지 이어진다. 총 42km의 짧지 않은 길이다. 정해진 출발지와 목적지가 없는 원 형태로 이어져 있기에 어디에서 시작해도 좋다. 물길을 따라 천천히 걷기에도, 자전거를 타고 원없이 달리기에도 좋다.

자전거가 없다면 붕어섬 입구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에서 빌릴 수 있다. 1만원을 내고 자전거를 빌리면 반납할 때 ‘화천사랑 상품권’을 내어준다. 화천군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파로호 산소 100리길을 자전거로 신나게 달리고 출출해지면 마을 식당이나 화천 시장에서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

춘천댐 건설로 섬 아닌 섬이 된 ‘붕어섬’


대여소 바로 옆 붕어섬은 춘천댐 건설로 섬 아닌 섬이 된 곳. 월엽편주(수상자전거), 카약, 카누, 레일바이크, 씽씽 카트레일카, 하늘 가르기(집라인), 자전거 등 화천의 자연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말 그대로 지루할 틈 없는 레저 천국이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은 물 위를 달리는 자전거 월엽편주(月葉片舟)다. ‘달 모양의 작은 조각배’라는 뜻으로, 소설가 이외수가 직접 타보고 이름 붙였다. 씽씽 카트레일카도 많이 찾는다.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카트레일카는 페달을 굴러 앞으로 나아가는 레일바이크와 달리 무공해 전기 동력을 이용해 육로와 철길을 동시에 달린다.

붕어섬을 나와 연꽃단지로 향한다. 산소길 서쪽 끝인 이 단지까지는 약 8km. 주변 풍경을 즐기는 동안 금세 도착한다. 19만8400㎡ 터에 13만2300㎡ 연밭을 조성했다. 한여름 피어날 연꽃을 상상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온 길로 되짚어간다.

자전거 대여소 아래 자전거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4km 정도 가면 미륵바위를 만난다. 전설에 따르면 조선 후기 이곳에 절이 있었다고 한다. 다섯 개 중 가장 큰 미륵은 높이 170cm, 둘레 130cm다. 나머지 네 개는 작은데, 바위들이 나란히 북한강을 바라보는 형상이다. 화천읍 동촌리에 사는 장씨 선비가 이 바위에 극진한 정성을 들여 과거에 급제하고 양구현감까지 지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소금을 운반하던 선주들이 안전한 귀향과 장사가 잘되기를 바라며 제를 올린 곳이라고도 한다.

숲으로다리


◇파로호 위를 걸어 숲으로 향하다 ‘숲으로 다리’

미륵바위에서 강 건너편을 보면 물 위에 긴 다리가 놓여 있다. 물 위에 뜬 다리다. 강을 건너서 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물 위에 뜬 다리로 접어든다. 이 다리 이름이 ‘숲으로다리’다. 화천에서 만나는 길 중에서 가장 독특한 길이다. 북한강에 떠 있는 부교로, 소설 ‘칼의 노래’ 작가 김훈이 이름을 지었다. 이름대로 숲속 길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다리가 끝나는 구간부터 1km 가량 그윽한 숲길이 이어진다. 숲으로다리는 물 위에 뜨는 튜브 형태의 폰툰 보트를 띄우고 그 위에 나무 바닥을 촘촘히 얽어 만들었다. 걸음을 디딜 때마다 물결의 파동이 느껴진다. 강줄기도 워낙 잔잔해 산이 그리는 풍경을 그대로 데칼코마니처럼 반사한다.

숲으로다리
한여름엔 짙은 녹음 속을, 가을엔 알록달록한 단풍 속을 유영하듯 걸을 수 있다. 일교차가 큰 봄·가을엔 안개가 짙게 내려앉아 몽환적인 안개 속을 걸을 수도 있다. 다리는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물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조금만 힘차게 발을 떼도 강물의 흔들림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이곳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이른 아침과 해 질 무렵. 특히 물안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새벽녘 가장 수려한 경관을 이룬다. 가벼운 산책로 같은 숲이라 자전거를 타고 지날 수도 있고 흙의 온기를 느끼며 걸어가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꺼먹다리


숲으로 다리를 지나면 꺼먹다리가 나타난다. 꺼먹다리는 화천댐과 화천수력발전소가 생기면서 놓인 다리다. 상판이 검은색 콜타르 목재라서 ‘꺼먹다리’라 불리기 시작했다. 이 다리는 3개국의 손을 거쳐서야 완성했다. 교각은 일제가 세웠고, 광복 이후 러시아(옛 소련)가 철골을 올렸다. 한국전쟁 후 우리의 손으로 상판을 얹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독특한 이력과 역사성으로, 다리는 등록문화재 제110호로 지정됐다. 까뭇한 다리 곳곳엔 시간의 흔적이 꾹꾹 담겼다. 교각에는 한국전쟁 당시의 포탄과 총알 흔적이 그대로 남아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상처를 입고 말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있는 모습에 진한 애잔함이 느껴진다.

여기서 섬 같이 홀로 뚝 떨어진 ‘딴산’도 그리 멀지 않다. 실제로는 높이가 165m에 불과해 산보다는 아담한 동산에 가깝다. 주말이면 인공폭포가 바위벽을 타고 쏟아지는 모습을 보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특히 산 앞쪽 개울은 폭이 넓고 수심이 낮아 물놀이와 낚시를 즐기고 싶은 이들도 많이 찾는다.

국제평화아트파크


◇여행메모

▲가는길= 춘천고속도로로 춘천을 딛고 가는 게 빠르다. 서울∼춘천고속도로 춘천갈림목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춘천나들목으로 나간다. 46번 국도를 따라 소양6교를 건너 간척사거리까지 가서 화천 오음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오음사거리에서 다시 화천 방면으로 좌회전, 간동면사무소와 파로호관광지를 지나 대붕교를 건너면 화천읍이다.

▲먹을거리= 직접 만든 두부를 재료로 한정식을 차려 내는 ‘콩사랑’이나 새콤한 닭육수에 닭고기를 찢어넣고 먹다가 막국수를 말아먹는 초계탕으로 이름을 날리는 ‘평양막국수’가 화천에서 이름난 식당들이다. 용화산 자락의 하남면 삼화리에서 닭찜과 삼겹살 등을 내는 용화산가든도 추천할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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