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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안팎으로 ‘펑크’…코로나發 위기에 오너리스크까지

이소현 기자I 2020.04.18 07:07:07

코로나19로 국내외 공장 '셧다운'…타이어 수요 '뚝'
조현범 대표 배임·횡령 혐의 집유 4년…추징금 6억대
法 "회사와 신의 저버려…차명계좌 등 죄질 좋지 않아"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 '허위급여 지급' 집유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이하 한국타이어)의 경영환경이 안팎으로 첩첩산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리스크로 대외 경영환경이 악화한 가운데 비상경영을 컨트롤할 최고경영자(CEO)가 협력업체로부터 수억원의 뒷돈을 받고 계열사 자금도 빼돌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오너 리스크’까지 더해졌다.

‘하청업체 뒷돈 수수’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가 1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法 “우월한 지위 이용…죄질 나빠”…추징금 6억원대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배임수재·업무상횡령·범죄수익은닉법 위반·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6억1500만원의 추징금도 부과했다.

조 대표는 작년 12월 하청업체에서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원씩 모두 6억여원을 챙기고 이와 별개로 계열사 자금 2억여원을 정기적으로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박 부장판사는 “회사와의 신의를 저버리고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로부터 장기간 자금을 수수한 데다, 금액도 많다”며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협력업체와 계열사로부터 받은 돈을 숨길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 범죄 수익을 숨기려 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지난달 재판부의 보석 결정으로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으며, 이날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다. 조 대표는 법정을 나서며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 항소 여부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조양래 전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으로 2018년 한국타이어 대표에 선임됐으며, 지주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맡았다.

아울러 함께 기소된 조 대표의 형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000240) 대표이사 부회장도 이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조 부회장은 친누나에게 1억여원의 허위 급여를 지급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범행을 반성하며 횡령 금액을 전부 반환해 형의 집행을 유예 받았다.

조현식(오른쪽)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 부회장,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사진=한국타이어)
◇코로나19로 셧다운…‘3세 경영’ 불투명

한국타이어는 ‘준법경영’에서 오너 리스크가 발생, 리더십이 공백이 생기면서 ‘3세 경영체제’도 위기를 맞았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작년 3월 조양래 회장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장남인 조 부회장이 그룹 지주사를, 차남인 조 대표가 한국타이어를 이끄는 3세 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이들의 등기임원 임기는 한국타이어는 내년 3월 25일까지이며,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내년 3월 27일까지다.

한국타이어의 대외 경영환경은 첩첩산중이다. 코로나19발 글로벌 수요절벽 현상으로 생산량 조절을 위한 ‘셧다운(일시폐쇄)’에 돌입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글로벌 완성차 공장 가동 중단에 따라 재고량을 조절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각각 2000만개 수준으로, 이중 절반 이상을 전 세계 180여개국으로 수출한다. 게다가 한국타이어의 해외 생산기지도 멈춰 섰다. 지난달 30일부터 미국 테네시 공장가동을 중단했으며, 유럽 헝가리 공장도 지난달 30일부터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타이어업계는 미국과 유럽 등 사실상 전 세계의 완성차 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등 세계 경제가 사실상 멈춰 서면서 타이어를 만들어도 수출·공급할 곳이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완성차 공장도 멈춰 서면서 신차용 타이어(OE) 수요도 줄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교체용 타이어(RE) 수요도 함께 급감하고 있다. 타이어업계는 비대면(언택트) 마케팅을 펼치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에 수요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위기로 대외 경영 환경이 악화한 가운데 한국타이어는 ‘컨티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작동해야 하지만, 최고경영자인 조 대표는 횡령·배임 등으로 경영 복귀가 불투명하다.

작년 11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및 시행령(특경법 및 시행령) 개정에 따라 취업이 제한되는 기업체의 범위에 ‘범죄행위로 인해 재산상 손해를 입은 기업체’도 포함했다. 이에 실질적으로 배임 등으로 형 집행이 종료된 기업인의 재직기업 복귀까지 금지하게 됐다. 특경법은 5억원 이상 횡령·배임·사기·공갈, 5억원 이상 재산 국외도피 등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일정 기간 취업을 제한하고 인허가를 금지한다.

앞서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12월 13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조 대표의 구속기소에 관해 “2019년 12월 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공소를 제기했다”며 “혐의 발생금액은 8억7800만원이나 공소장에 기재된 금액으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와의 관련성 여부는 추후 법원의 판결에 의해 변경될 수 있다”며 “진행사항 및 확정사실 등이 있으면 바로 관련사항을 공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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