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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용률이 사상 최고치를 달성하는 등 고용지표가 나아졌지만 정작 고학력자인 대학교 졸업자들은 고용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경기 둔화로 일자리가 줄고 정부의 정책 수혜도 받지 못하면서 취업자수 증가세는 둔화하고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00일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졸(전문대 포함) 이상의 비경제활동인구(비경활인구)는 전년대비 3.8%(13만9000명) 증가한 380만5000명이다. 이는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전체 비경활인구에서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3.3%로 가장 높았다.
비경활이란 고용통계에서 취업자와 실업자를 제외한 계층을 말한다. 가사나 학업 등의 이유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거나 아예 쉬고 있는 경우(쉬었음)도 포함한다. 고등교육을 받았음에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대졸자들의 취업 실적도 신통치 않다. 지난해 대졸자 취업자수는 1284만9000명으로 전년대비 2.7%(33만5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1980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고속 성장하던 1980년대만 해도 대졸자 취업자수는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였지만 전체 학력 수준이 높아지고 취업문은 좁아지면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최근 5년(2015~2019년) 연간 증가폭은 2.7~3.0%에 불과했다.
대졸 실업자는 지난해 46만9000명으로 전년대비 5.06%(2만5000명) 줄어 2000년 이후 최고 감소폭을 기록했다. 구직활동을 벌이는 계층을 실업자로 분류하는 것을 감안하면 취업자수 증가폭이 낮아지고 실업자 또한 줄었다는 말은 구직을 아예 포기하는 대졸자들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대졸자들의 고용지표가 부진한 이유는 경기 둔화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불확실한 경제 여건에서 새로운 일자리 또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잡코리아가 지난해 8월 500대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하반기 대졸 신입직 채용 예정 규모는 3만841명으로 전년동기대비 3.6% 가량 줄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등 변화의 시기에도 기업들의 투자가 줄면서 정작 고학력 대졸자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며 “정부의 일자리 창출은 단기 저소득 위주로 쏠려 고학력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는 돌아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