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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은 11일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과 제고 방안’ 보고서를 통해 “국내 잠재성장률은 2026년부터 1%대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잠재성장률이란 과도한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한 국가에 존재하는 자본과 노동 등 생산요소를 최대로 활용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으로 해석한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1%대 수준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보고서여서 주목된다. 모건스탠리(1.8%), BoA메릴린치(1.9%)를 비롯해 노무라증권(1.8%), ING그룹(1.4%), 스탠다드차타드(1.0%) 등 해외 금융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대로 보고 있다.
1%대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아직까지는 1% 성장을 ‘쇼크’로 받아들이지만 불과 몇년 뒤에는 이 같은 저성장이 아예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가 고도화하면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긴 하지만 한국 경제는 둔화 속도가 과도하게 빠르다는 게 현대연구원의 판단이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홍준표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보다 더 빨리, 더 앞서서 경제가 선진화한 국가들의 잠재성장률도 2%~3%에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한국은 꾸준히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잠재성장률 하락세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말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초반만 해도 7%를 넘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5.6%(1996년~2000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2%(2011년~2015년)로 빠르게 둔화했다. 현재(2016년~2020년) 잠재성장률은 2.5%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연구원은 2021년~2025년 잠재성장률은 2.1%로 예상했다. 이어 2026년~2030년에는 1.9%로, 2031년~2035년에는 1.7%로 하락할 것으로 봤다.
급격히 고령화하는 인구구조로 인해 잠재성장률 저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2000년 노인 비중이 7% 이상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뒤 18년 만인 지난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인구가 증가하면 생산성이 약화하고 투자가 감소하는 등 경제 활력이 저하될 수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노동력인 15세~64세 생산가능인구 규모가 올해부터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진한 투자 증가율 역시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주요 요소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세계적으로 수입 수요가 감소했고, 이 때문에 수출이 줄어들면서 설비투자 증가율이 절반 수준으로 위축됐다. 1999년~2008년 설비투자 증가율이 9.2%였는데, 2010년~2018년에는 5.4%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할 신성장 동력도 부족한 상태다. 1970년~1980년대 주력 산업이 여전히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990년대 중반 당시 자동차와 반도체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3%를 담당하는 등 한국 수출의 2대 품목이었는데 현재까지도 이들 품목이 수출 ‘투톱’을 차지하고 있다.
연구원은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고령자나 여성 등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하고, 투자환경을 개선해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신성장 산업의 등장을 촉진하기 위해 규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연구위원은 “규제 개혁을 지속해 기업의 투자심리가 회복되도록 해야 한다”며 “진입장벽이 높은 금융서비스와 교육, 의료, 법률 등의 분야에서 외국인직접투자 진입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