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 처방을 둘러싸고 대한약사회와 대한의사협회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식약처가 제네릭 의약품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수행할 연구자를 공모한 게 발단이 됐다. 대한의사협회는 “식약처의 이번 연구는 국제일반명(INN)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수순”이라며 “성분명 처방으로 이어질 것이 뻔한 INN 제도 도입은 국민의 건강과 의약품 안전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제일반명 제도는 복제약 이름을 ‘제조사+성분명’으로 단일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INN제도를 도입하면 환자들이 자신이 무슨 성분이 들어간 약을 복용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반발에 직면한 식약처는 연구자 공모를 취소하면서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식약처는 향후 세부 연구내용 등을 명확히 해 재공고할 예정이어서 성분명 처방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김대업 대한약사회 회장은 “국민이 먹는 것 중에서 유일하게 뭔지도 모르고 먹는 게 약”이라며 “국민 건강을 위해서 약에 무슨 성분이 들어갔는지를 알 수 있도록 INN 제도는 반드시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제네릭 약마다 약효가 서로 달라서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약을 제공하려면 제품명으로 처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제네릭의 경우 생물학적 동등성만 인정되면 약효까지 동등할 것으로 판단하나, 오리지널약의 약효를 100으로 기준으로 했을때 80~125까지 생물학적으로 동등하다고 인정돼 효능이 100% 같을 수 없다는 게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이다.
대한약사회는 한 제약사에서 동일 품목 제네릭을 제조하더라도 약효가 똑같지 않고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의사협회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환자를 배려한다면 제품 브랜드보다 성분표시 중심으로 처방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업 회장은 “성분명 처방이 일반화되면 처방독점권을 가진 의사를 대상으로 제약사들이 자행하는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자도 최소한 약의 성분과 효과 등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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