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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 현장. 참석자들의 시선은 한국 사절단의 모습을 집중했다. 이날 한국의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오르는 역사적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서원을 대표하는 17인이 함께했다. 이들은 고운 선을 자랑하는 한복과 학자의 풍모를 내비치는 갓을 쓴 채 발표를 기다렸다. 이배용 한국의서원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전 이화여대 총장)은 7일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모인 약 3000명의 참석자 중은 곧은 자세로 앉은 각 서원에서 온 유림(儒林)의 모습을 큰 흥미를 느꼈다”면서 “많은 이들이 카메라의 우리 모습을 담기에 바빴다”고 전했다.
이날 ‘한국의 서원’이 세계유산목록에 등재가 확정된 순간, 유림은 전통예법에 따라 감사의 예도 갖췄다. 유교 제례(祭禮)에 따라 집사자가 ‘공수’(拱手)를 외치면서 손을 마주 잡는 것을 시작으로 ‘배흥’(拜興) ‘평신’(平身) 순서로 예를 올렸다. 유네스코의 결정에 대한 감사와 유교 문화의 절제를 보여주는 유림의 모습에 박수가 이어졌다. 이배용 이사장은 “문화재청장외에도 서원이 있는 각 지자체의 장 등 정부 관계자를 포함해 우리 서원의 관계자까지 역사적 현장을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면서 “우리 문화유산이 세계에서 인정받는다는 자긍심을 느끼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서원’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 결정했다. 경북 영주 소수서원을 비롯해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옥산서원(경북 경주), 도동서원(대구 달성), 남계서원(경남 함양), 필암서원(전남 장성), 무성서원(전북 정읍), 돈암서원(충남 논산) 등 전국의 서원 9곳이 이번 등재 대상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서원’에 대해 “오늘날까지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지속하고 있는 한국의 성리학과 관련된 문화적 전통의 증거”라며 “성리학 개념이 한국의 여건에 맞게 변화하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ㆍOUV)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유네스코는 7일 홈페이지에 ‘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의 제목의 글에서 “학자의 배움과 존경, 그리고 환경과의 상호 작용은 서원의 필수적인 기능이었으며, 그들의 디자인에 표현됐다”면서 “서원은 중국의 ‘Neo-Confucianism’(성리학)이 한국의 상황에 적응한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고 적었다.
서원은 조선시대 인재 양성의 요람이자 학문과 정치의 중심 역할을 했다. 이번 등재 서원들은 2009년 이전에 모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됐다.
앞서 문화재청은 2015년 ‘한국의 서원’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했다가 보완을 위해 이듬해 등재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문화재청은 자문을 받아 지난해 1월 유네스코에 다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로써 한국은 14개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앞서 △석굴암ㆍ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ㆍ화순ㆍ강화 고인돌 유적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조선왕릉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 △남한산성 △백제역사 유적지구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등재 이후 9개 서원에 대한 통합 보존 관리방안 마련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