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2012년은 삼성 휴대폰에 중요했던 해다. 삼성전자는 그해 1분기 9350만대의 휴대폰을 팔았다. ‘휴대폰 왕국’ 노키아(8270만대)의 14년 아성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때 막 임원이 됐던 당시 삼성전자 A 상무는 이렇게 회고한다. “2007년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전 미래전략실장 부회장)이 노키아를 이겨보자고 했는데 솔직히 설마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기니 신기한 느낌마저 있었어요.”
하지만 불과 6~7년 지난 요즘 삼성 스마트폰은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중국의 기세에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애플은 이미 2위를 화웨이에 내줬다. 우리의 일상이 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자.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혁신을 상상이나 했는가. 영원한 1등은 없는, 국경이 무의미해진 경쟁의 힘이다. 그 덕에 소비자는 즐거울 뿐이다.
새삼스레 경쟁 화두를 꺼낸 건 한국 금융산업의 현주소 때문이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 부문 기업효율성 평가에서 한국은 33위에 그쳤다. ‘국민소득 3만달러’ 경제 위상과는 거리가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금융산업은 여전히 내수 위주라고 꼬집고 있다.
지난해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 설문조사를 보면 국내 소비자는 은행산업 경쟁 여부에 대해 ‘보통 이하(46.7점)’로 답했다. 최근 본지가 보도(6.26일자 1면 은행 퇴직연금 '수수료 경쟁'은 없었다)한 퇴직연금 수수료율도 마찬가지다. 모든 은행은 담합이라도 한 것 처럼 적립금 대비 0.4% 후반대의 같은 수수료를 받고 있었다. 한 독자는 “법 개정으로 강제로 회사 주거래은행에 퇴직연금을 가입했는데 수익률과 수수료율만 보면 화가 난다”며 “정부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전했다. 따지고 보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그외 각종 금융 서비스도 은행마다 비슷하다.
인터브랜드가 발표하는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한국 금융사는 없다. JP모건, 골드만삭스, 씨티 등에 비해 무엇이 부족한지 따져볼 때다.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1등 자리를 놓고 글로벌 기업들과 끊임없이 경쟁하는 삼성과 같은 은행이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