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정유업계 '효자' 꼽힌 PX…中 증설 현실화 여부에 '긴장'

남궁민관 기자I 2019.03.21 06:00:00

지난해 634달러 고점 이후 500달러대 고공행진
수요 꾸준한데 3~5월 亞 정기보수 겹치며 호조
中 신증설 이슈로 ''공급과잉'' 우려는 여전
年 1100만톤 규모 "현실화되면 업황 꺾인다"

한화토탈 대산공정 전경.한화토탈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지난해 중국발 환경규제로 국내 정유업계 듬직한 캐시카우 역할을 맡았던 PX(파라자일렌)이 올해에도 견조한 수익성을 보일 전망이다. 다만 2014년 전후로부터 제기돼 왔던 중국 내 대규모 증설 이슈는 유효한 상황으로, 올 하반기부터 공급과잉 이슈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흘러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PX 스프레드(마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고공행진’을 잇고 있다. 지난해 9월 톤(t)당 634달러 수준을 기록했던 PX 스프레드는 비수기인 12월 523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다시 회복하며 2월 현재 569달러까지 올라선 모양새다. 업계 통상 PX 스프레드 손익분기점은 250달러 내외인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

PX는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 이슈가 겹치며 이같이 견조한 스프레드를 보이는 상황이다. 먼저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 정부의 재활용 PET 수입금지 조치에 따라 전방산업인 PTA(테레프탈산) 유휴설비들이 재가동되면서 원료인 PX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중국은 전세계 PX 수요 약 4200만톤(t) 중 약 60%(2500만t)를 흡수하는 최대 시장으로 꼽힌다.

공급 측면에서도 올해 반가운 소식이 겹쳤다. 올해 3월에서 5월 사이 아시아에서 정기보수를 계획하고 있는 PX 설비는 총 11기로 추산되며 이들의 생산능력은 총 630만t에 이른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는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는 가운데 PX 설비의 정기보수가 3~5월에 집중돼 있어 3월부터 2분기까지 PX 스프레드가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PX를 생산하는 정유사들에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PX가 꾸준히 캐시카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지난해 4분기 대표적 PX 업체인 에쓰오일(S-OIL(010950), PX 생산능력 190만t) 실적을 살펴보면, 석유화학 사업에서 158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5.1% 개선된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현재 국내 정유업계 PX 생산능력은 한화토탈 200만t, SK인천석유화학 150만t, GS칼텍스 135만t, 현대코스모 118만t, 울산아로마틱스 100만t, SK종합화학 83만t, 롯데케미칼(011170) 75만t 등 총 1051만t에 이른다.

핑크빛 전망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중국 내 PX 신증설이 본격화되면서 이른바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업계 추산 현재까지 공식화된 중국 내 PX 증설 규모는 무려 국내 총 생산능력을 넘어서는 1110만t 수준으로, 현실화될 경우 업황은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자료=Platts)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자급률 개선을 목표로 공격적인 PX 신증설에 나선 상황으로, 2020~2021년 중국 신규 PX 생산능력은 900만t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의 연간 PX 수입량 약 1600만t 가운데 한국산은 650만t 수준으로, 이번 신증설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산은 300만t 내외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관건은 신증설 현실화 여부다. 사실 중국의 PX 신증설 이슈는 지난 2014년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던 것이지만, 설비 안정화 및 운전이 까다로워 계획만큼 지어놓고도 돌리지 못하거나 아예 계획이 엎어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드래곤 아로마틱스는 160만t 규모 PX 공장이 지난 2015년 화재로 가동이 중단되는 사례가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PX 관련 중국 신증설 이슈는 2014년 전후로 지속 제기돼 왔지만, 신증설 이후 가동률이 떨어지거나 아예 프로젝트 자체가 엎어지는 일들이 반복돼 왔다”며 “다만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시도는 지속 이어질 전망으로, 갑작스레 공급과잉이 번진다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수급이 조정되는 식으로 스프레드가 감소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자료=업계 및 케이프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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