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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코믹스 ‘이상한 날’은 12편의 단편 모음집이다. 감각적인 컷 구성과 일상 속에서 한번 쯤은 상상해 볼 수있는 내용 구성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각 단편마다 내용은 상이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면 같은 흐름을 타는 듯한 느낌을 준다. 12편 모두 작가 특유의 리듬감 넘치는 이야기 구성 방식이 적용됐기 때문일 것이다. 기타리스트 겸 만화가인 노키드 작가만이 표현할 수 있는 구성이다. 감각적이면서도 섬세하게 캐릭터와 스토리를 끌고 나간다.
첫번째 에피소드인 ‘빌려간 책’도 기상천외하다. 이름 없는 작가의 책 한권 때문에 아일랜드까지 날라간 한 남자의 이야기다. 책에 미친 주인공이 책 때문에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지만, 사실은 여자친구가 아닌 책을 되찾고자 아일랜드를 누빈다는 설정은 코믹스러우면서도 풍자적이다. 확실하게 결말을 짓는 구성은 아니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을 하게끔 해준다. ‘이상한 날’이 가진 매력인 듯 하다.
두번째 에피소드 ‘이상한 날’의 내용은 한층 파격적이다. 기억 상실에 걸린 채 손에 쥐어진 총을 갖고 누군가의 조종대로 움직여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황당하게 재벌가 여인을 납치해 남산타워로 데려오라는 지령을 받는다. 내용 중간까지 예상치 못한 전개가 이어지지만 결말은 더 충격적이다. 외계인의 지구 인류 정화 작업의 일환으로 꾸며졌던 일이었던 것. 심지어 남산타워가 외계인의 우주선이라는 설정은 독자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외의 에피소드들 역시 기발하다. 여름휴가에 기차에서 좀비 바이러스에 걸린 귀여운 서울 아가씨의 좌충우돌 시골 생활, 한 번도 자기 악기를 가져본 적 없는 뮤지션이 악기를 사면서 겪는 음악과 삶에 대한 이야기, 사랑하는 엄마가 이루지 못한 앨범 발매 꿈을 위해 타임머신을 타는 과학자의 이야기 등 작가의 추억과 기억의 퍼즐들이 가득 담겨 있다. 특히 노키드 작가가 처음으로 상을 받게 한 작품인 ‘고혈압 소년 저혈압 소녀’도 담겨 눈길을 모은다.
‘이상한 날’은 뮤지션이 그린 웹툰인 만큼 내용 전개나 분위기도 리듬감이 있다. 잔잔하게 시작돼 잔잔하게 마무리되기도 하고 격정적인 내용으로 흐르기도 하는 등 각각의 에피소드가 모두 다르다. 마치 12곡의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도 준다. 또한 내용도 내용이지만 작화와 컷 구성도 나름 색다르다. 일부 컷은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추상적인 분위기도 자아낸다.
레진코믹스 웹툰 ‘이상한 날’은 총 39화로 완결 서비스 중이다. 지난 가을에는 단행본 1·2권으로 구성, 웹툰으로 연재된 12편의 이야기에 ‘기와 장풍’편을 더해 13편의 단편모음집으로도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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