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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박은 주로 세탁기와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 분야에 집중됐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대부분이 제조업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 제조업 부진을 일자리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한국은 물론, 중국 등 제조업에 대한 강력한 통상 압박을 꾸준히 이어왔다.
앞서 미 행정부는 지난 2월 자국 기업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한국산 세탁기와 부품, 태양광 셀과 모듈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효했다. 특히 세탁기 완제품의 경우 120만대까지 수입 쿼터를 설정하고, 쿼터 이상 수입할 경우 40~50%의 관세를 물리도록 했다.
이어 3월에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는 고율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철강 수출량을 2015~2017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를 두는 쪽을 선택했지만, 미국의 한국 철강에 대한 견제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또 미국은 최근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 등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재 무관세인 자동차에 25% 관세가 붙게 되면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는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다. 미국은 우리나라 전체 차 수출의 33%(약 85만대)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어서 관세 부과에 따른 관련 산업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이처럼 ‘보호무역주의’를 바탕으로 그간 전통 제조업에 대해 통상 압력을 쏟아내던 미국은 최근 들어 IT 등 신산업에서도 개방 압박을 넣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넘어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는 통상 압박을 선거 전략으로 삼고 있다. 기존 표밭인 ‘러스트벨트(Rust belt, 제조업 쇠락지대)’뿐만 아니라, ICT 기업 중심인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까지 챙기며 표심을 끌어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미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 과정에서 중국 내 클라우드 시장 규제 완화와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중국 정부가 IT 기업에 제공하는 보조금 등을 없애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국내에서도 클라우드 시장에 대한 시장 개방을 시작으로 개인정보와 데이터 활용 등 IT 산업 전반에 걸쳐 규제 완화와 미국 기업 차별 철폐 등을 줄줄이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국적의 한 IT기업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 한국의 IT 산업 진입장벽에 대해 완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이번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규제는 단적인 예일 뿐이며, 다른 분야에서도 마찰이 생길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