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건설이슈]14년만에 윤곽 드러낸 후분양제, 기대 반 우려 반

김기덕 기자I 2018.06.30 08:00:00

공공, 단계적 도입·민간은 인센티브 제공해 유도
건설사 “자금조달 문제로 분양가 높아질 수도”
소비자, 부실시공 등 줄지만 단기간 내 자금마련해야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정부가 지난 28일 후분양제 로드맵을 내놨습니다. 과거 참여정부 초기인 2004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후 지지부진하다 14년이나 지난 시점에야 본격 도입을 위한 세부 밑그림을 공개한 것인데요.

현행 법적으로는 선분양, 후분양을 강제하고 있지 않지만 선분양을 통해 주택공급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만큼 ‘건물을 미리 올리고 소비자에게 판매(분양)하는’ 후분양제를 둘러싸고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데다 반대의 목소리도 상당한 상황이라 제도 활성화가 가능할 지 세간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후분양제 활성화 방안은 크게 공공과 민간 부문으로 구분해 시행됩니다. 먼저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경기도시공사 등 3곳의 공기업은 오는 2022년까지 짓는 주택 물량 중 후분양 비중을 70%까지 늘리기로 했습니다. 이들 기관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공공분양의 90%를 공급한 점을 감안하면, 공공분야는 앞으로 후분양제 도입을 사실상 반강제한다는 것입니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다만 민간의 경우 후분양제 도입하는 건설사에 주택도시기금 대출 한도 상향 및 금리 인하 등의 금융 지원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인 참여 확대를 유도한다는 계획입니다. 민간 부문을 강제할 수 없는 점은 건설업계에서 후분양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후분양제는 아파트를 다 짓거나 골조가 완성된 상태에서 분양하는 것이라, 지금과 같이 모델하우스만을 둘러보고 청약을 받는 것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기존 선분양 체제에서는 건설사들이 분양 계약자들의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받아 공사 비용을 조달했지만, 이를 못할 경우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건설사들에게는 큰 타격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더욱이 건설사들이 은행으로부터 사업비 대출을 더 받는다고 해도 자금 조달 비용 자체가 높아지면, 이는 결국 분양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후분양제를 실시할 경우 분양가가 3∼7%가량 오를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다만 이 부분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팽팽한 상황이라 앞으로 지켜볼 일입니다.

중요한 건 새 아파트 구입을 원하는 실수요자일 것입니다. 후분양제가 당장 중도금이나 중도금 이자 부담 등을 없앨 수 있는데다 어느 정도 공사가 진행된 아파트를 직접 보고 구입해 입주 후 불필요한 하자시공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다만 청약에서 입주까지 기간이 짧아 중도금을 2, 3회 만에 다 내야 하는 것은 소비자에겐 부담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국내 주택시장은 주택보급률이 이미 100%를 상회한 시점이라고 해도 여전히 서울 등 일부 지역은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들이 상당합니다. 만약 후분양제에 도입에 따른 건설사들의 주택공급 위축이 부동산시장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어 실질적인 금융 인센티브 등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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