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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지난 30년간 시장경제의 근간을 이뤘던 제조·유통·금융·광고 등에서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안정적인 성장을 누리던 기업들 모두 혁명적인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최 교수는 “과거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제조기업이나 에너지관련 기업이 전세계를 좌우했다면 현재는 플랫폼형 모델을 선점한 기업의 영향력이 막강해졌다”면서 “소니, 파나소닉, 모토로라 등 쟁쟁했던 제조업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플랫폼형 모델에게 잠식당하고,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이유”라고 풀이했다. 그는 “거대자본, 특히 단기성과를 내야 하는 펀드 등은 이러한 기업에 자금을 집중하고 있으며, 한동안 이런 속성은 유지되면서 새로운 기업의 탄생과 함께 기존 기업 전략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그가 제시하는 키워드는 ‘다양해진 확산 방식과 플랫폼’이다. 예컨대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를 보라는 것. 유튜브, 멜론 등이 강력한 소비 플랫폼이 되면서 TV나 라디오, CD 등 기존 시스템의 위상을 추락시켰다. 인기가 퍼지는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 시스템과 자본의 도움 없이도 소비자 스스로 팬이 되어 스타와 문화 상품을 퍼뜨리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그렇다고 기존 전통제조업의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그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이 주목받는 이유는 인간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혁신을 가져왔기 때문이지만, 생존에 지장이 없는 잉여가치”라며 과학기술은 언제나 인간의 생존과 관련해서 진화해 왔다는 점을 주목했다. 지금은 본격적인 디지털 생태계로 재편하는 과정의 과도기인 셈이다. 그는 “2050년쯤 신인류는 새로운 이슈를 만들고 또 다른 소비를 창출할 것이며, 결국 신인류가 원하는 상품을 잘 만드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맥락에서 오랜 역사를 통해 혁신적인 제조기술을 보유해 온 독일이나 일본, 한국 등이 ‘제조업의 반격’을 주도하며, 디지털시대 새로운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그는 “우리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의 권력이 일반 소비자에게 넘어갔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존 권력을 향유하던 정부·기업·개인은 모두 달콤함은 내려놓고, 신인류와 적극적인 소통 창구를 열어야 한다”면서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통찰력과 실력을 밑바탕으로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런 관점의 트렌드를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