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우산 공짜로 드려요”…부산·경남은행, 고객 신뢰 회복 나서

유현욱 기자I 2018.03.16 06:00:00

김지완 BNK금융 회장 직접 지시
450개 지점에 우산 100만개 비치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사진=이데일리)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비 올 때 우산 빼앗는 관행 등 금융권 적폐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얼음장과 같이 차갑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월 금융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할 때 언급한 ‘우산론’을 재치있게 비튼 금융지주가 있어 화제다.

BNK금융지주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에 가면 금융 우산을 씌워준다는 의미를 담아 실제 비 오는 날마다 내점한 고객뿐 아니라 거래가 없는 일반인들에게 우산을 무상으로 주기로 했다. BNK금융은 다음 달 말부터 두 은행 영업점 450여곳에 총 100만개의 우산을 비치할 계획이다.

우산 제작은 지난해 9월 취임한 김지완 회장이 임원진과 티타임에서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신반의하는 임직원이 반년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자 김 회장은 부·울·경 지역 영세 제조업체를 물색할 것을 지시, 직접 실행에 옮겼다. 중국업체로부터 수입해오면 값이 싼데도 지역 경제활성화를 도울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우산 한 개에 4000원이라 어림짐작하더라도 40억원에 달하는 만만찮은 비용이 든다.

김 회장은 지난해 당기 순이익이 4041억원으로 전년 대비 주춤했지만 금융권 전체에 등 돌린 국민적 신뢰를 앞장서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우산과 은행에 덧입혀진 부정적인 연결고리를 팔꿈치로 슬쩍 찔러 긍정적으로 순화하려는 ‘넛지(Nudge)’ 효과를 노린 셈이다. 비가 오면 생각난다던 심수봉의 노랫말처럼 비가 오면 고객들이 BNK를 연상케 하려는 것.

경기확장기에는 예대마진이 높은 중소기업대출을 늘리고 경기위축기엔 되레 기존대출을 회수하는 은행권 관행은 수십 년째 비판받았다. 물론 과거에도 비슷한 시도는 있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2014년 ‘마음을 씁니다’ 광고 시리즈 일환으로 장마철 KB국민은행 50개 영업점에서 믿음우산 1만개를 쓰고 돌려주는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금융지주 회장이 발 벗고 나선 건 이례적이다. ‘금융은 사람이다’란 경영철학을 거듭 강조해온 김 회장의 소신이 드러난 대목이다. 김지완 회장은 “금융업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인 고객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며 우산 100만개 제작·배포에 대한 의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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