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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자살률 1위 오명 씻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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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욱 기자I 2018.03.05 06:00:00
신용길 생명보험협회 회장
[신용길 생명보험협회 회장] 몇 해 전 보험회사에서 근무할 때 보험금 지급내역에 대한 설명을 듣던 중 깜짝 놀라서 수치가 정확한지 다시 물어본 적이 있다. 보험가입자의 사망원인 중에 자살의 비중이 평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아서였다. 필자가 우리나라의 자살 실태를 제대로 알게 된 순간이다.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자살은 이미 임계치를 넘은 지 오래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6년 한해에만 1만3092명이 불행히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하루 평균 36명, 33분마다 1 명인 셈이고 인구 10만 명당 26.5명으로 OECD 가입국가 중 자살률 1위국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수가 4191명이니 자살이 교통사고사보다도 세배 이상 많은 실정이다. 더욱 가슴 아픈 현실은 자라나는 청소년층과 65세 이상 노인 세대의 자살은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가장 강렬한 삶에 대한 갈망”이라는 어느 문학 작가의 정의처럼 자살은 ‘살고 싶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절망의 표출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소득중단이나 부채, 상대적 빈곤과 같은 경제적 압박이 가장 큰 요인이고 이혼이나 노부모-자녀 간 관계 약화와 같은 가족의 해체도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우울증 같은 가벼운 정신질환의 치료마저 터부시하는 문화도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살은 극히 개인적인 행위이지만 넓게 보면 그가 속한 사회상이 반영된 결과일 수밖에 없다. 결국 자살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음에 대한 또 하나의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안타깝지만 자살을 예방하고 줄여나가는 일은 매우 복잡다기하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필자가 속한 생명보험업계도 자살예방활동을 해오고 있다. 예를 들면 한강 등 자살 다발지역에 ‘SOS 생명의 전화기’를 설치하거나 농촌마을에 농약 안전보관함 보급, 자살시도자에 대한 응급치료비 지원 등이 그것이다. 이런 개별적인 활동을 10여 년째 지속해온 결과 얼마간의 효과를 거두고는 있지만 자살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정부와 사회, 국민이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 청소년들의 과도한 성적 경쟁이나 청년층의 취업 절벽, 빈곤에 처한 노인세대나 상환능력이 없는 대출자 문제, 편부모나 다문화 가정의 자녀양육 고충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편견 해소는 물론이고 의료비 지원 확대 등의 대책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는 자살 이슈와 관련하여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정부는 ‘자살예방’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고 자살률 1위에서 벗어나기 위한 청사진과 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국회도 지난달 27일 뜻있는 국회의원 38명이 모여 ‘국회 자살예방포럼’을 출범시키고 10년 내에 자살률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삶은 고단하기 마련이고 세상은 온실이 아니다. 꽃밭에서 꽃길을 걸어간 이야기는 동화일 뿐 모든 위대한 인간의 이야기는 고난과 역경의 극복 속에서 피어난다. 화나고 힘들고 억울하더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만은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다. 꽤 오래된 영화 중에 ‘쇼생크 탈출(Shawshank redemption)’이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생활을 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수십 년 동안 불가능에 도전해 다시 자유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의 메인 카피처럼 두려움은 우리를 감옥에 가두지만 희망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Fear can hold you prisoner, hope can set you free) 올해가 우리나라 자살률 감소의 원년으로 기록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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