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상장사 2세경영]①기업가치 올린 2세…3년새 주가 11배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2세 경영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는 중소형 상장사들이 늘고 있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섬으로써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가업승계를 포기하거나 보유 지분을 매각하면서 경영권을 위협받는 사례도 많다. 경영권이 넘어간 기업 중 일부는 주가 상승 뒤 최대주주의 ‘먹튀’ 행보 등으로 몸살을 앓기도 한다.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 등을 통해 상속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18일 코스닥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CEO 고령화 추세가 빨라진 가운데 일부 상장사는 2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업체로 시작한 미래컴퍼니는 창업주인 김종인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아들 김준홍 대표가 2015년부터 경영을 맡았다. 그는 의료로봇사업 투자를 늘려 국내 최초로 수술로봇 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이다. 2014년 7000원을 밑돌던 주가는 3년 만에 8만원을 웃돌고 있다.

우진비앤지도 2세인 강재구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주업이던 동물의약품 제조·판매에서 백신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2014년 3월 강 대표가 취임한 뒤로 우진비앤지 직원 수는 40% 증가했고, 주가도 두 배 이상 뛰었다.

가업승계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찾은 모범 사례가 늘면서 과세특례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행 최고 세율 50%에 달하는 상속세와 증여세는 코스닥 상장사를 포함한 중소형사에겐 부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6년 중견기업 실태조사’를 보면 기업들은 가업승계 애로사항 1위로 상속·증여세 부담(72.2%)을 꼽았다. 중소기업의 78.2%는 가업승계 계획조차 세우지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원활한 상속을 돕기 위해 세금을 깎아주는 가업상속공제가 있지만 요건이 까다롭다. 사전 요건으로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이어야 하고 상속을 받는 2세가 지분율 50%(상장법인 3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사후관리 기간인 10년 동안에도 동일·유사업종 유지, 고용유지 등 각종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공제 금액이 환수 조치된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화두인 요즘 가업승계가 단순히 ‘부의 세습’이 아닌 기업 지속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가업승계는 기업이 축적한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후대가 계승해 발전하는 원천”이라며 “원활한 가업승계는 지속성장이 가능한 장수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본 요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