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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제프리 삭스(64)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힌다. 그는 이데일리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어리석고 오만하고 무지하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부자만을 위한 포퓰리스트(populist)”라고 부르기도 했다. 삭스 교수는 인터뷰 내내 한 번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노골적이다.
진보적인 정치색이 뚜렷한 삭스 교수도 기업의 법인세 문제만큼은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최근 트럼프 정부가 법인세를 내린 것을 계기로 “여러 나라가 법인세를 낮추는 하향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한국도 “미국에 대응해 법인세를 인하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법인세를 초대기업에 한해 22%에서 25%로 높인 것과는 생각이 다른 셈이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법인세율을 최대 35%에서 21%로 대폭 내리는 세제개편을 단행했다. 미국의 법인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인 22%보다도 낮은 수준이 됐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이 법인세를 낮추면 기업과 돈이 미국으로 빨려들어갈 위험이 있다.
이미 미국과 보조를 맞추려는 연쇄적인 법인세율 인하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마크롱 정부는 현행 33.33%인 법인세율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25%까지 내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탈리아도 27.5%였던 법인세율을 24%로 낮췄고, 영국(20%→19%), 스페인(28%→25%)도 인하 경쟁에 동참했다. 일본은 2013년 37%였던 세율을 내년에 29.74%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삭스 교수가 무조건 세금을 내려야한다고 주장한 건 아니다. 그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부유세를 신설하거나 소비세와 부가가치세를 높여 법인세 인하에 따른 세수 손실의 균형 맞춰야 한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