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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춤의 축제로 가득한 가을, 서울무용제가 그 정점을 찍는다. 무용계의 대표적인 경연대회였던 ‘서울무용제’가 올해부터 무용인과 일반인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거듭난다.
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하고 서울무용제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38회 서울무용제는 일반인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해 오는 11월 26일까지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다.
서울무용제가 변화에 나선 것은 ‘무용의 대중화’를 내세운 조남규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의 취지 때문이다. 조 이사장은 “그동안 서울무용제에 대해 ‘무용가만의 리그’라는 평가가 있었다. 이에 올해부터는 대중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일반인과 무용인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다”고 변화의 이유를 밝혔다.
△‘4마리 백조 페스티벌’로 분위기 ‘업’
사전 행사 중 하나로 마련한 ‘4마리 백조 페스티벌’에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무용 전공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무용 경연대회다. 지난 15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본선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차이콥스키의 클래식 발레 대표작인 ‘백조의 호수’ 중 ‘파 드 콰트르’(4인무) 장면을 장르·형식을 불문하고 창의적으로 구성해 선보였다.
60개 팀이 참가한 본선 무대에서는참가자들의 재기가 돋보였다. 젊은 여성 참가자들은 백수의 애환을 ‘백조’로 표현해 춤을 췄다.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코믹한 춤을 춘 중년 남성팀도 있었다. 본선을 통과한 30개 팀은 오는 11월 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결선을 갖는다. 우승자에게는 상금 1000만원이 주어진다. 결선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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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남궁연이 ‘4마리 백조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을 맡았다. 전공에 상관없이 상금을 주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남궁연은 “얼마나 대중 친화적인 무대를 보여주는지를 기준으로 심사하고 있다. 무용 비전공자가 우승할 것 같은 분위기다”면서 “‘네 마리 백조페스티벌’이 올해 히트한다면 ‘서울무용제’ 또한 앞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11일과 14일에는 개막식과 함께 개막공연 ‘무.념.무.상’(舞.念.舞,想)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연다. 원로부터 젊은 무용가까지 무용계가 세대를 초월해 하나되는 자리다.
11월 11일에는 ‘어메이징 마에스트로’라는 제목으로 조흥동·배정혜·국수호·양성옥·이은주 등 원로 안무가가 공연을 펼친다. 14일에는 ‘판타스틱 댄싱 스타즈’라는 제목으로 차진엽·김설진·이선태·조재혁·박수정&최태헌 등 젊은 무용계 스타들의 무대를 선보인다.
메인 행사인 본 경연(11월 17~24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는 총 6개 팀이 참여한다. 이현예술단 페이시(PACY·안무가 이현주), 컴퍼니 제이(Company J·안무가 정현진), 코리안댄스컴퍼니 결(안무가 이동준), 홍경화 현대무용단(안무가 홍경화), 프로젝트 클라우드 나인(안무가 김성민), 노해진무용단(안무가 노해진) 등이 대상을 비롯한 부문별 상을 놓고 경연한다.
서울무용제 예술총감독을 맡은 김선정 단국대 무용과 교수는 “공정성 강화를 위해 경연 직후 바로 점수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단 대상의 경우 모든 경연이 끝난 뒤 한 차례 더 최종 심사를 거쳐 선정할 계획이다. 폐막 공연(11월 2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도 지난해와 달리 경연 참가 팀과 ‘4마리 백조 페스티벌’ 우승 팀의 갈라 무대로 마련해 축제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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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 지키며 혁신 이룰 것”
이밖에도 발레STP협동조합·현대무용협동조합·대한민국 전통무용연합·한국무용협동조합 등 각 분야별 무용 모임에서 사전 축제에 참가해 서울무용제를 축하한다. 가수 장혜진, 한국무용을 전공한 2017년 미스코리아 진 서재원은 홍보대사로 나서 서울무용제를 대중에게 알리는데 앞장선다.
올해 서울무용제 본 경연은 상금이 없다. 대신 참가 단체에 15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해준다. 조 이사장은 “그동안 서울무용제가 무용계만의 행사로 열리다 보니 지원금의 규모도 많이 줄어들게 됐다”면서 “그럼에도 서울무용제의 권위를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올해 행사를 차질없이 치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옥랑 옥랑문화재단 이사장이 후원회장으로 서울무용제를 돕는다. 김 이사장은 “나도 문화계의 르네상스를 이루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맨땅에 헤딩하는 고생을 많이 했다. 서울무용제의 변화를 향한 노력에도 깊이 공감한다”면서 “혁신을 추구하는 서울무용제를 힘이 닿는 한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