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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유재중)는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본청에서 경찰청을 상대로 문재인정부 첫 국정감사(국감)를 실시한다. 이 자리에서는 고 백남기 농민 사건과 관련, 현장 경찰관들이 유족에게 사과하려 했지만 경찰청이 저지하려 했다는 ‘청구인낙서(請求認諾書) 논란’ 의혹 등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시 살수차 운전 요원들의 청구인낙서 제출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는 행보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경찰은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야 의원들의 따가운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8월 이철성 청장과 강인철 경찰 중앙학교장 간 진실공방으로 번진 지휘부 갈등, 잇따른 경찰공무원 성범죄 문제 등도 주요 이슈다.
◇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후속 대책 마련에도 불씨 여전
지난달 백남기 농민 사건 발생 당시 살수차 운전요원들과 현장 지휘관이 청구인낙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경찰청이 시기 등을 이유로 이를 제지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경찰 외부 인사들로 이뤄진 경찰개혁위원회가 문제 삼고 나섰다.
이철성 청장은 지난 11일 열린 경찰개혁위원회(개혁위) 전체회의에서 이와 관련, “진행 과정에 오인의 여지가 있었다”며 “6월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사과 이후 적절한 조치가 미흡했던 것을 사과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경찰은 백남기 사건 후속 조치로 백씨 유족이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국가 청구인낙’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어 유족 측에 다시 사과하는 한편 요구사항도 수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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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민주화의 성지’ 관련 광주지방경찰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 삭제 지시 의혹을 둘러싼 이 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치안감)간 갈등도 피해 갈 수 없는 대목이다.
해당 논란은 지난 8월 한 언론이 이 청장이 지난해 11월 촛불집회 당시 광주경찰청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물을 문제 삼아 강인철 당시 광주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 ‘촛불 가지고 이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 등의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이 청장은 “해당 발언을 하거나 게시물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반박하면서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급기야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서며 급한 불은 껐지만 공직 기강 확립에 문제점을 드러내 검·경 수사권 조정이 위태롭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잇따른 경찰 성범죄…도 넘은 기강해이 질타
경찰들의 잇따른 성범죄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이 국회 행안위 소속 홍철호 바른정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올해 5월까지 ‘성매매 처벌법’과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된 경찰 공무원은 총 11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7년 13명이던 성매매 혐의 경찰 공무원은 지난해 34명으로 늘어났다. 올해 들어서도 외박 중 성매매 업소를 방문해 유사성행위를 한 서울청 소속 의무경찰이 불구속 입건되는 등 성매매 범죄가 잇달았다.
경찰청은 지난 2015년 8월 명백한 성범죄의 경우 감찰 단계에서 파면이나 해임을 시키는 이른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소청심사제도 등을 거쳐 징계 수위를 낮춘 뒤 복직하는 경우도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주문할 전망이다.
행안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전직 경찰 출신 단체인 재경 향우회(경우회)를 상대로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경찰 조직의 묵인 여부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문재인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 조건으로 인권보호장치 강화를 요구한 상황에서 이 청장이 경찰 조직을 쇄신할 수 있는지 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