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 10년의 생존기를 한 무대에

장병호 기자I 2017.07.13 05:50:00

- 심사위원 리뷰
국악앙상블 불세출 ''풍류도시''
데뷔 10년의 내공을 담은 공연
국악의 즉흥성 토대로 빚어낸 음악
여덟 연주자의 농축된 연주 독보여

지난달 21일 서울 도봉구 창동 플랫폼창동61에서 열린 국악앙상블 불세출의 공연 ‘풍류도시’의 한 장면(사진=국악방송).


[현경채 국악평론가] 과거와 오늘의 음악 사이에서 독보적인 균형감을 보여주고 있는 국악앙상블 불세출이 창단 후 10년간의 내공을 담아 공연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도봉구 창동 플랫폼창동61 레드극장 무대에 오른 이 공연의 제목은 그들의 데뷔곡 제목과 같은 ‘풍류도시’였다.

불세출(不世出). ‘좀처럼 세상에 나타나지 아니할 만큼 뛰어남’이란 뜻의 사뭇 야심찬 이름의 국악앙상블이다. 창단 초반에는 엘리트 교육을 받은 남성연주자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데뷔 후에는 산조·시나위·굿 음악 등에서 얻은 소리를 모아 자신만의 독보적인 음악을 만들어 자신의 영역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국악창작이라는 명목 하에 소홀했던 ‘진정한 한국의 소리’를 복원하기도 했다. 악보로 공부한 신세대 국악인에게 취약한 국악의 즉흥성을 토대로 음악을 빚어냈다.

이번 공연에서 모두 8곡을 연주했다. 불세출만의 음악 만들기의 진수를 담은 첫 곡 ‘풍류도시’에는 10년 세월의 연류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김용하의 광기 어린 해금 소리가 징·장구 소리와 어우러진 ‘그그다’는 환상의 호흡으로 연주됐다. 종로풍악방 기획공연으로 탄생한 ‘종로풍악’은 연주자 각자의 즉흥성이 탁월했다. 동해안 굿의 푸너리 장단으로 점층적으로 쌓여가는 장구 가락 위에 이준의 가야금과 박제헌의 아쟁 배틀이 볼만했던 ‘푸너리’에서는 가야금이 타악기처럼 사용됐다. 죽은 사람의 넋을 빌어 12지옥을 탈 없이 지나가게 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동해안오구굿의 ‘지옥가’를 불세출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한 작품도 완성도가 있었다.

공연장 분위기도, 여덟 연주자의 농축된 연주도 좋았다. 그래도 불세출의 음악은 작은 공연장에서 사람들과 호흡을 같이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에 따른 공간의 중요성이랄까. 작은 사랑방 같은 공연장에서 매일 듣고 싶은 음악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04학번 남학생 8인의 교내연주로 불세출 활동을 시작한 대학생들은 이제 아저씨가 됐다. 2008년 ‘천차만별콘서트’에서 민속악을 넘나들며 연주하던 청년들이 멤버 교체 없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의 음악이 좋아서 모였다는 후원회도 공연장 분위기를 감동적으로 만들었다. 불세출의 후원회이자 팬클럽인 ‘불나비’는 국악에 처음 입문한 청중들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최근 창단 10주년 기념사업 프로젝트로 ‘불세출, 그 첫 10년의 생존기’(불세출 창단 10주년 기념사업회 엮음)를 출간했다. 이 책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청년국악인에게 아주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불세출’은 가야금·거문고·대금·해금·피리·아쟁·장구·어쿠스틱 기타 등 8명의 연주자가 모여 2006년에 결성한 그룹이다. 전통음악의 고유성을 잃지 않으면서 전통에 있는 다채로운 원천과 형식을 활용해 각각의 악기가 돋보일 수 있는 음악적 실험을 해오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 도봉구 창동 플랫폼창동61에서 열린 국악앙상블 불세출의 공연 ‘풍류도시’의 한 장면(사진=국악방송).
지난달 21일 서울 도봉구 창동 플랫폼창동61에서 열린 국악앙상블 불세출의 공연 ‘풍류도시’의 한 장면(사진=국악방송).
지난달 21일 서울 도봉구 창동 플랫폼창동61에서 열린 국악앙상블 불세출의 공연 ‘풍류도시’의 한 장면(사진=국악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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