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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자동차를 둘러싼 산술적인 호기심 몇 가지만 해결하고 가자. 독일에는 4000만대의 자동차가 굴러다닌다. ‘자동차 강국’이란 명성만큼 8000만명의 인구는 2명당 1대꼴로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와 95세 할머니를 포함해도 그 정도다. 그렇다면 10억명이 사는 아프리카 대륙이 소유한 승용차는 얼마나 될까. 2500만대다. 50명당 1대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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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명에 육박하는 인구의 중국. 지금처럼 경제성장을 한다고 할 때 30년쯤 뒤엔 1인당 국민소득이 서유럽 수준이 될 거란다. 이때 신차판매는 연간 5000만대로 예상된다. 참고로 2015년 세계를 통틀어 팔린 승용자는 7830만대다.
독일의 자동차전문가인 저자가 풀어낸 자동차의 현재와 미래 방정식이 이렇다. 산법만이 아니다. 1886년 독일 카를 벤츠가 만든 삼륜 휘발유 자동차 ‘벤츠 파텐트 모토바겐’부터 130년간 이어진 자동차역사를 더듬었다. 신진 IT기업의 맹공으로 도전과 위기에 동시에 놓인 전통적인 자동차제조사의 사정도 들여다봤다. 강력하고 발 빠른 이들의 행보에 자칫 ‘치일 수’ 있는 처지 말이다.
발단은 자동차산업의 위기의식. 좀더 정확하겐 독일이 언제까지 자동차 강국일 건가에 뒀다. 당장 10년을 놓고 본다면 도요타·폭스바겐·현대차가 과연 건재할 건가가 된다.
▲세계 승용차시장 4배는 더 커질 것
“지난 130년간 우리는 엔진으로 움직이고 있다.” 첫 장 첫 문장을 이렇듯 비장하게 시작한 저자가 판단한 자동차기업의 ‘적’은 옆 동네의 자동차기업이 아니라 신진 IT기업이다. 애플·아마존·알리바바·구글·우버·바이두 같은 급진적 변화추진자들이 ‘사고 칠’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거다. 관건은 고객이라고 했다. 기존 업체에서 가로챌 수 있으니까. 게다가 바람은 전방위서 분다. 부품 공급업체부터 자동차 제조사와 딜러를 아우른다. 결국 IT에 기반을 둔 이들이 촉수를 뻗쳐 어느 순간 자동차바퀴를 움켜쥘 것을 염려한 것이다.
그럼에도 자동차 판매가 이전보다 증가하리라 단언한다. 인구 9억명이 사는 북미와 서유럽, 일본의 승용차 밀도는 인구 100명당 615대로 포화상태. 연간 3500만대의 신차가 팔린다는데 대개 구형을 신형으로 교체하는 수요다. 이에 비해 74억명이 사는 신흥시장의 승용차 밀도는 1000명당 81대. 이것이 확신의 근거다. 세계 자동차시장이 4배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계산인 거다. ‘확신 다지기’를 위해 저자는 우주인 닐 암스트롱까지 차용했다. “이것은 자동차를 위한 작은 발걸음에 불과하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필’ 꽂지 못하는 자동차는 가라
저자가 마음을 기울인 건 전기차다. 제3의 전기 모빌리티 물결의 한가운데 와 있다고. 그 물결을 타고 눈여겨본 브랜드는 테슬라다. 반복되는 생산지연, 충전시스템 구축과제 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봤다. 주제의식이 확실하니까. 친환경적인 주행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전기모터. 수리도 그다지 필요 없다. 가전제품이 다 그렇지 않은가. 당연히 비용이 준다.
테슬라의 창립자인 엘론 머스크에겐 장황한 수사도 마다하지 않았다. 포르셰가 전설적인 911스포츠카를 개발할 당시의 모토를 따르고 있다는 건데.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거다. 전통 자동차기업이 기계세상에서 내연기관으로 이룬 것을 테슬라는 가볍고 똑똑한 데다가 매연도 없는 역동성으로 펼치지 않았느냐는 거다. 그렇다고 구글이 그것을 대신할까. 소프트웨어로 꽉 찬, 감정 없는 PC를 네 바퀴에 실은 그것이? 그저 마트용 이동장치에 불과할 텐데.
그럼에도 저자가 꼽은, 자동차 구매를 좌우하는 절대요인은 따로 있다. ‘감성’이다. 자동차 구매결정의 절반 이상이 감성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란다. 역동적인 드라이브, 뛰어난 가속 성능, 고급스러운 차량 내부, 스포티한 디자인. 마침내 이 모두는 정서로 표출되며 그 자체로 판매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필’을 꽂지 못하는 자동차는 팔리지 않을 수밖에.
이런 면에서 뼈아팠던 브랜드도 뽑았다. 미쓰비시 i-MiEV 같은 최초의 대량생산용 전기자동차들이 그랬단다. 아무리 친환경을 외쳐대도 고객의 느낌이 동하지 않아 시장의 고배를 마신 케이스다. 반대로 테슬라는 감성에 집중해 성공한 경우라고 했다.
▲폭스바겐·도요타·현대차의 미래는?
자동차가 더 이상 이동수단만이 아니란 것이 저자의 핵심이다. 저자가 즐겨 사용한 ‘모빌리티’란 단어에서 그 맥락을 찾을 수 있다. 결국 승부는 싸고 비싸고의 문제가 아니라 네트워킹한 모빌리티를 누가 더 잘 구현하느냐에서 갈린다는 소리다. 가령 배기가스를 줄이고 소음공해에서 해방되는 거다. 자율주행도 높이 쳤다. 인간의 실수를 줄일 수 있으니까. 카셰어링도 있다. 주차공간이 효율적으로 바뀔 테니까.
유독 폭스바겐이나 도요타에 인색한 배경도 여기서 출발한다. 권위적인 기업문화에다가 배기가스·안전성 개선 등에 무딘 정부가 붙었다는 이유에서다. 저자가 분류한 미쓰비시·스즈키 등의 ‘패자그룹군’, 포드·피아트·크라이슬러·현대차 등의 ‘위태위태한 그룹군’도 예외는 없다. 이들이 불러올 최악의 미래는 단순 부품사로 전락하는 거다. 그렇다고 독일차는 멀쩡하게 미래를 맞을까. 천만에. 한 걸음이라도 빨리 변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을 거란다.
눈치챘겠지만 책은 적잖게 지역색을 드러낸다. 테슬라에 기울인 애정이 과도하고 테슬라 외의 미국과 아시아권에 쏟은 평가가 지나치게 박하다. 다만 좀더 엄격해지란 주문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친환경·연비·안전성 같은 자동차 환경개선을 위한 조치 말이다. 선사시대 공룡같이 비대해진 전통적인 자동차기업 문화도 바꾸라고 한다. 거대한 몸통이 작은 머리에 이리저리 휘둘리다간 이내 멸종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비단 자동차업계에만 해당하겠는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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