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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이 12일 7시간의 마라톤 끝장토론을 통해 흔들리던 당의 정체성을 재확인했다. 지난 연말 새누리당 분당 과정에서 초심을 되새기며 이른바 개혁적 보수로서의 지향을 분명히 한 것. 차기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거론되던 이른바 보수후보 단일화론은 이날 난상토론 끝에 사실상 폐기했다. 또 헌재가 탄핵을 기각할 경우 의원직 총사퇴라는 배수진도 꺼내 들었다.
이날 토론은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오후 4시부터 11시까지 7시간 동안 이뤄졌다. 정병국 대표,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물론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 대권주자들과 소속 의원이 거의 대부분이 참석했다. 당 정체성 및 향후 당의 진로를 놓고 6개팀으로 나눠 끝장토론을 이어갔다.
◇‘지지율 하락에서 장제원 악재까지’ 바른정당 끝장토론 승부수
바른정당은 최근 당의 존립기반이 뿌리째 흔들리는 위기를 경험했다.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에마저 밀리면서 정당 지지율 5위를 기록한 것. 당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지지율도 밑바닥 수준으로 대권 전망이 불투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제원 대변인의 자녀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최악의 위기에 내몰렸다.
정병국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여러 지표상에 나타나는 당의 위상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당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오늘 한자리에 모인 것은 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보수의 괴멸을 막을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사전에 준비한 105가지의 의견에 대한 무기한 끝장토론을 통해 우리의 마음과 방향을 모아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탄핵 심판의 날이 다가올수록 양극단의 주장과 심각한 갈등만 조장되고 있다”며 “유력 대선주자를 비롯한 여야의 정치인들이 현장에 나가서 이런 국민적 갈등을 선동하고 심화시키는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유승민 의원은 초읽기에 접어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관련, “대선주자들과 여야 정치권이 헌재 결정에 승복할 것에 촉구해왔다”며 “아직 민주당 후보 일부는 헌재 결정에 대해 기각이나 인용이든 승복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남경필 지사는 “바른정당은 탄핵에 찬성한 분들이 모인 정당이다. 오늘은 우리의 정체성 무엇인가를 분명히 하는 날이 됐으면 한다”면서 “우리의 현 주소를 파악하고 어떤 길을 가야할지 합의가 됐으면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성태 의원은 ‘정치지형의 변화와 바른정당의 진로모색’이라는 보고서에서 “‘보수’의 이념기반을 놓고 새누리당과 ‘중도’를 놓고 국민의당과 경쟁하는 바른정당의 이념적 스탠스가 현재의 답보상태에 있는 저조한 지지율의 한 원인”이라면서 “대연정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새누리당에 대한 수구패권정당 낙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후보단일화가 필요하다면 그 대상은 새누리당이 아니라 손학규, 안철수 등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지율 하락 당 가치와 비전제시 실패” 반성…조속한 대선체제 전환
바른정당은 정치평론가 박상병 교수의 특강 이후 오후 5시부터 6개팀으로 나눠 △당 정체성 확립 △인재영입과 외연확대 △제3지대 빅텐트론 △보수단일화 및 연정 등을 집중 논의했다. 토론 결과는 오신환 대변인이 두 차례에 걸쳐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우선 “국정농단 세력과 연대는 있을 수 없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사실상 새누리당과의 연대에 선을 그은 것. 이른바 유승민 의원이 주창한 범보수연합론의 폐기로 볼 수 있다. 오 대변인은 또 바른정당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 “바른정당이 국민의 뜻에 부응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확한 당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의 정신을 다시 되새기며 개혁보수로서 입지를 정확히 구축해 나가겠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바른정당은 향후 진로와 관련, “남경필, 유승민 두 후보를 중심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바른정당은 이와 관련해 조속한 대선후보 경선 일정을 마련하고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선관리위원회 구성 등 조속한 대선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선룰 역시 오는 20일까지 마무리하고 준비 중인 대선기획단도 곧 출범시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