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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알파고와 부동산 신산업

정수영 기자I 2016.03.15 04:26:57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 천재 이세돌 9단을 누르면서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당혹감 속에는 인공지능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인간이 해오던 일들을 인공지능이 대신하고, 결국 그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믿고 싶지 않은 가상의 미래가 현실감 있게 다가온 때문이다.

굳이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변화의 물결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유엔 미래보고서는 “현재 직업의 80%가 10년 내 사라지거나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지난달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영국 옥스퍼드대학 마틴스쿨 연구진은 “현재 7살 어린이 65%는 현존하지 않는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가 갖고 있고, 알고 있는 직업이 10년 늦어도 20년 후에는 사라질 것이란 사실은 두려움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그렇지만 벌써 사라질 직업을 대체할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한 연구들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고, 신성장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여기서 자율 운행 자동차나 드론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부동산 분야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게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다. 오프라인을 온라인, 특히 모바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현재는 부동산 중개서비스가 가장 많다. 직방·다방 등의 중개앱에 이어 최근엔 ‘트러스트’와 같은 변호사 집단이 운영하는 온라인 중개 서비스도 관심 대상이다. 가정집이나 빈집을 온라인 숙박업으로 연결하는 ‘에어비앤비’도 새로운 형태의 O2O 서비스다. 임대관리업도 새로운 부동산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부동산 신산업은 여기저기 마찰이 발생하면서 성장이 더디다. 트러스트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는 중개업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중개업 자격증이 없는 변호사들이 저가의 수수료를 받고 상담 또는 매물 소개 서비스를 하면서 공인중개사법 위반 논란까지 일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3일 강남구청에 트러스트의 공인중개사법 위반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했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 숙박업도 올해 정부가 육성하려는 부동산 서비스산업에 포함됐다. 그런데도 원룸이나 오피스텔 같은 틈새주택은 공유 숙박을 할 수없게 했다. 부동산 종합서비스 회사 육성 계획도 가로막혀 있다. 이는 공인중개사와 주택임대관리업체, 인테리어업체 등을 하나로 연결하는 종합서비스 회사로 일본의 미쓰이부동산이 대표적이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개인 사업 위주인 한국과 달리 법인 형태로 중개사업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부딪혀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신조어 ‘우버 모멘트’(Uber Moment)로 불리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이나 기업이 등장하면서 기존 산업 체제가 바뀌고 위협받는 순간을 뜻한다. 미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가 2009년 창업 이후 6년 새 세계 각지에서 기존 택시 산업을 위협한다고 해 나온 신조어다.

그렇지만 우리의 경우 문제를 키운 측면도 없지 않다. 모바일 중개앱은 허위·불법·미끼 매물 정화가 안돼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변호사 집단의 중개서비스 경우 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조차 불법인지 아닌지 명확한 판가름을 못하고 있다. 공유 숙박업도 여전히 불법 사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시장이 혼란에 빠진 것이다. 부동산 서비스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산업과의 융합을 꾀하는 동시에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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