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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시장 활황이라는데… 대형 건설株 왜 잠잠할까

이명철 기자I 2015.07.19 09:00:00

입지 위주 관심… 비상장 건설사 아파트도 인기
해외수주 부진, 그룹 합병 등 대외 변수도 많아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정부의 각종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파트 청약 시장이 활황세다. 건설사들이 내놓는 아파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의외로 대형 건설사 주가는 잠잠한 편이다.

올해 들어 주요 건설사 주가는 정체 또는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17일 종가 기준으로 대우건설(047040)은 6.62%(390원) 오르는데 그쳤다. 삼성물산(000830) 주가도 6만2100원으로 0.98%(600원) 올랐다.

현대건설(000720) 주가는 4만1500원으로 오히려 1.42%(600원) 하락했다. GS건설(006360)대림산업(000210)만이 같은 기간 24.30%(5650원), 28.72(1만8900원)의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청약 훈풍에도 대형 건설사들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시들한 이유는 비상장 건설사들의 아파트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형 상장 건설사에게는 청약 경쟁률 상승이 모멘텀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올해 상반기 1순위 청약 경쟁률은 9.4대 1로 집계됐다. 이는 판교신도시 로또 열풍이 불었던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상 실수요자 통계로 분류되는 1순위 접수에서만 아파트 한 채에 9~10명이 청약했다는 의미다.

1순위 청약 경쟁률 상위 10개 아파트 중 시공사가 상장사인 곳은 3곳(4개 단지)에 불과했다. GS건설의 ‘해운대 자이 2차’가 363.8대 1의 경쟁률로 2위를 차지했다. 대우건설이 지은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 3단지와 1단지는 각각 4위와 8위다.

나머지 6개 단지는 모두 비상장 건설사가 공급한 아파트다. 1순위 청약 접수에서 가장 높은 37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부산 광안 더샵’의 경우 비상장사인 포스코건설이 시공했다. 포스코건설은 여섯째로 경쟁률이 높은 ‘울산 약사 더샵’도 지었다. 역시 비상장사 반도건설이 공급한 ‘동대구 반도유보라’는 274대 1의 경쟁률로 3위를 차지했다. 5위인 ‘창원 꿈에그린’은 한화(000880)의 비상장 계열사 한화건설의 작품이다. 9위인 ‘대구 만촌역 태왕아너스’와 ‘사직역 삼정그린코아 더베스트 2차’는 지역 건설사 태왕과 삼정이 각각 시공했다.

대부분 대형 건설사인 상장사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두드러지게 높지 않은 이유는 최근 청약시장의 지방 쏠림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지역별 청약경쟁률은 서울이 9.9대 1인데 반해 지방광역시가 50.3대 1로 5배 이상에 달했다.

한 분양대행사 대표는 “통상 대형 건설사들이 독식하는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대부분인 서울보다 대규모 자금 동원이 없어도 진입이 수월한 지방의 열기가 뜨거웠다”며 “브랜드 뿐 아니라 교통 등 입지여건이 청약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도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또 대형 건설주의 경우 부진한 해외 실적 등 대외 변수가 정체 요인으로 작용했다. 해외건설종합정보시스템을 보면 17일 기준 해외건설 수주액은 258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5% 감소했다. 시공능력평가순위 1위 삼성물산(000830)(10억8700만달러)은 같은 기간 6분의 1, 2위 현대건설(10억2400만달러)은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GS건설·대림산업 등도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028260)과의 합병, 대우건설은 분식회계 혐의 등도 변수로 작용하기도 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국내 건설 경기 침체에서 해외 수주가 버팀목이 됐지만 수익성 악화 등으로 공격적인 수주 시도가 줄었다”며 “당분간 보수적인 접근으로 큰 매출 확대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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