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데일리 김경민 특파원] 지난 5일은 중국에서는 4대 전통 명절 중 하나인 청명절(淸明節)이었다. 말 그대로 날씨가 좋은 날을 뜻하는 청명은 손 없는 날이라고 하여 중국인들은 조상의 묘를 찾아 참배하는 풍습이 있다. 묏자리도 고치고 비석도 세우는 등의 일도 사흘간 이어지는 청명절 연휴에 이뤄진다.
그런데 이번 청명절에 조상을 찾은 중국인들의 마음은 다소 착잡했다. 상승세가 꺾인 다른 부동산과 달리 묘지 가격은 해마다 청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국인은 “평생 내 집 한 칸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죽어서도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며 “묘지 가격이 많이 오른 탓에 이제는 내 묘지 마련도 힘들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베이징의 대표적인 공원묘지 빠바오산(八寶山)을 비롯해 인민(人民)·푸텐(福田)·완안(萬安)공동묘지 등의 가격은 한 자리에만 수 만에서 수 십만위안에 달한다. 푸텐 묘지의 1㎡ 가격은 18만~19만 위안이다. 우리 돈으로 300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이다.
묏자리의 가격은 인근 땅값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상하이 묘지공원 푸셔우(福壽)와 칭푸(靑浦)를 예로 들자면, 이들 묘지공원의 1㎡ 가격은 7만~8만 위안인 데 비해, 인근 땅값은 1㎡당 1만~2만 위안 선으로 차이가 크다.
돈이 있어도 이들 묘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이미 상당히 포화 상태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빠바오산은 지난 3년간 새로운 묘지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 나머지 3곳의 묘지는 해마다 100개 정도의 묘지를 새로 만드는데, 최소 1년 전에 예약해야만 구매할 수 있다.
장례 비용도 엄청나게 든다. 101연구소에 따르면 베이징 지역의 평균 장례비용은 4만여 위안, 시내 중심은 8만 위안에 달했다. 베이징 외곽인 허베이 지역으로 벗어나면 3만 위안 정도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져 ‘생활은 베이징에서, 장례는 허베이에서’라는 우스갯소리도 생겨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민들은 대도시에서 장례를 치르거나 묘를 쓰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렵다. 죽어서도 돈 많은 부자가 좋은 묏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상위 1%가 중국 전체 자산의 3분의 1을 갖는 나라이다 보니 가능한 얘기다. 중국 내 하위 25%가 가진 자산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서민들을 더욱 힘 빠지게 하는 일이 있다. 일각에서는 반려동물을 위한 공동묘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개 고양이 토끼 금붕어 등 다양한 동물들이 안치돼 있다. 이들 동물의 묘지 비용만 1만위안이 넘어 가난한 이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중국인들이 토장을 지나치게 고집하는 점이 문제긴 하다. 지난 1956년 마오쩌둥(毛澤東)의 지시로 화장을 국가정책으로 세웠지만 지난해 화장률은 45.6%에 그치고 있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부의 불평등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가구의 순자산 지니(GINI)계수는 1995년 0.45에서 2002년 0.55, 2012년 0.73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니계수는 0부터 1까지 값을 나타내며 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계수가 0.4 이상이면 불균형이 상당한 것이며 0.6을 넘어서면 불균형 정도가 심각해 극단적인 사회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자산 규모가 5억위안(약 875억원)이 넘는 중국인은 1만7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는 동안 부자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것이다. 빈부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상속세부터 도입해야 한다.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는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세 제정에도 속도를 내야 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