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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家門의 배당]①고배당주 조건은 '대가족'

박수익 기자I 2015.02.04 06:00:00
그래픽=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2014년도 결산실적발표와 함께 기업별 배당금도 속속 확정되면서 그룹 지분구조와 배당의 상관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들에게 얼마나 돌려주느냐의 지표인 ‘배당성향’(이익대비 배당총액)이 그룹별로 뚜렷한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소수 직계가족이 주주인 그룹과 대가족이 주주로 있는 그룹의 배당성향은 확연하게 구분된다. 배당에 의존하는 친척들이 많을수록 기업총수는 가문을 위해 배당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002790))은 3일 보통주 1주당 현금배당금을 3250원으로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2500원)보다 30% 증가한 수치다. 자회사 아모레퍼시픽도 배당금을 38% 늘렸다. 주요 대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부응해 배당 확대에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으로 배당성향이 높았던 아모레퍼시픽도 어김없이 배당금을 높인 것이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 고배당의 배경에는 정책적 요인 외에 가족 공동지분이라는 배경도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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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형태에 따라 배당성향이 엇갈리는 대표적 사례가 범삼성가(家)와 범LG가(家)이다. 삼성그룹 주력사 삼성전자(005930)의 최근 3년 평균 배당성향 9%다. 한해 벌어들인 돈의 9%를 배당에 썼다는 의미다. 반면 LG그룹 지주회사 (주)LG(003550) 배당성향은 45.6%로 이익금 절반을 배당에 쏟아부었다.

일반적으로 사업회사보다 지주회사의 배당성향이 높기는 하지만 삼성과 LG의 배당성향을 가르는 핵심 요인에 가족공동주주 체제도 자리잡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전자(005930)의 개인 대주주는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여사, 이재용 부회장 단 3명이다. 반면 (주)LG(003550)는 최대주주 지분 46.12%를 구본무 회장(11%)과 친인척 36명이 나눠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구 회장 직계(부인·자녀)는 3명뿐이고, 나머지 주주는 구 회장의 형제와 조카들이다. 삼촌과 사촌형제들도 있다.

또한 범삼성가 신세계(004170) 역시 개인주주는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부사장 3명인데 최근 배당성향은 평균 6.6% 수준이다. 그러나 범LG가인 GS(078930)는 허창수 회장 직계 3명 외에도 46명의 친인척들이 주주들이 포진해있고 배당성향은 78%에 이른다. 범LG가인 LS(006260)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은 재계 전반을 넓혀봐도 유사하다. 배당성향이 50%를 웃도는 아모레퍼시픽은 서경배 회장 외에 서 회장의 누나·여동생·매형들이 주주다.

배당성향이 높은 대기업들은 지배주주 직계가족 외에 다수의 친인척들이 주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친인척 대부분은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나타난다. 맏형이 가문을 대표해 기업경영을 하고, 그 성과를 친인척들에게 배당으로 나눠주는 구조인 셈이다. 배당에 의존하는 친척들이 많을 수록 기업 총수들에게는 가문을 위해 배당을 책임져야 하는 사명이 존재하는 셈이다.

반대로 삼성·신세계처럼 소수의 직계가족만 주주로 있는 경우는 대부분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굳이 배당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투자기회가 있어 배당 집중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회계사는 “범LG가처럼 가족들이 주주로 분산된 경우, 꾸준히 배당을 많이 해왔다”며 “반면 소수주주가 직접 경영 참여하는 경우 굳이 배당을 많이 하지 않아도 비상장자회사 투자 등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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