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남현 기자]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국내 실물부문의 충격여부를 점검한 후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나왔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상할 경우 우리나라도 따라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이라는게 기존 한은의 스탠스였다는 점에서 미묘한 변화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은은 당초 미 금리 인상시 내외금리차 축소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을 논거로 금리인상을 해야 한다고 밝힌바 있었기 때문이다.
최운규 한은 경제연구원장과 김근영 국제경제연구실장, 강태수·이병주 전문연구원이 30일 내놓은 ‘글로벌 유동성의 파급효과와 신흥국의 정책대응’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유동성은 선진국의 정책과 시장, 위험회피 등 세가지 요인에 의해 변화하며 각각의 요인에 따라 신흥국 대응도 달랐다고 밝혔다.
또 가상시나리오 분석 결과, 글로벌 유동성 충격에 대응해 신흥국은 실물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금리정책으로, 대외부문의 안정을 위해서는 외환보유고를 신축적으로 활용해 대응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글로벌 유동성 성격에 따라 적절할 정책조합을 추구해야 실물 및 대외부문의 전반적 안정정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정책요인이란 통화정책에 의해 외생적으로 유발되는 유동성을, 시장요인은 선진국 금융시장에서 내생적으로 창출하는 유동성을, 위험회피 요인은 시장참가자의 위험회피성향 변화가 초래하는 유동성을 의미한다.
정책 혹은 시장요인에 의해 나타난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유입되면 신흥국에서는 실물경제 및 주식시장등 자산가격을 부양하고, 환율절상을 유발해 경상수지가 축소되는 현상을 보였다. 다만 정책요인에 따른 유동성 충격의 경우 시장요인 유동성에 비해 환율, 주가 및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또 환율절상의 전가효과로 인플레이션도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등 정책요인에 따른 유동성 확대 충격시 신흥국들은 적극적인 금리조정을 통한 실물부문 안정화정책이 거시경제 안정성 제고에 유효했다. 또 외환보유 조정폭 확대에 기반한 대외부문 안정화정책은 자본이동 및 환율변동의 안정화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신흥국의 정책대응 여력과 경제펀더멘털 등에 따라 그 영향력엔 차이가 있었다.
결국 이를 반대로 보면 지금과 같이 미국이 조만간 정책금리를 인상해 글로벌 유동성 축소가 예상될 경우 이에 따른 대응으로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셈이다.
김근영 실장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선진국 금리가 올라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들 경우 신흥국 실물경기가 둔화되거나 나빠진다면 통화정책은 완화적으로 가면서 외환보유액을 풀어 스무딩오퍼레이션에 나서는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여기서 완화적이라는 것은 19개 신흥국을 추정한 벤치마크 대비 완화적이라는 것으로 결국 느린 금리인상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미 금리인상에도 우리 경기가 좋더라도 벤치마크 정도수준에서 금리인상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는 벤치마크의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분석은 없어, 미 금리인상후 몇 개월 정도의 시차인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 김 실장은 “결국 관건은 미국 금리인상의 속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미국을 비롯한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 5개 선진국의 콜금리, 정부채권금리, 실질환율, 콜금리와 대출금리간 스프레드, 본원통화량, 국내민간신용, 해외신용, 주가, 주가변동성 등 금융시장지표로부터 정책·시장·위험회피 등 세가지 요인을 추출, 한국을 비롯한 총 19개 신흥국의 실질GDP성장률, 소비자물가상승률, 주가상승률, 명목실효환율증가율, 경상수지/GDP비율, 콜금리, M2증가율, 외국인자본유입/GDP비율, 외환보유액증가율 등 9개 거시경제변수를 포함한 패널분석을 실시한 결과다. 분석기간은 1995년 1분기부터 2013년 3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