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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커머스' 동영상 크기 늘리지만 실시간 편성은 불허

김현아 기자I 2014.06.24 08:01:42

동영상 크기 3분의 1이하에서 2분의 1미만으로 확대
정부-사업자, 실시간 편성 허용할까 갈등
KT, 태광, 신세계, 대상 등 관심..홈쇼핑과 차별화된 혁신 필요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가 ‘T커머스(TV커머스)’를 둘러싼 규제를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줄이기로 했다.

동영상 크기를 TV 전체 화면의 3분의 1 이하로 제한하려 했는데, 이를 최대 ‘2분의 1 미만’까지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미래부는 중소·벤처기업 제품을 80%이상 판매한다면, 동영상 크기를 최대 49%까지 늘릴 수 있게 할 방침이다.

T커머스는 방송법상 데이터방송이다. 이는 방송사 채널을 이용해 문자, 숫자, 도형, 이미지 등 데이터를 위주로 영상·음향 등을 조합해 송신하는데, 여기서 ‘위주로’의 의미를 51%로 유연하게 해석한 셈이다. 스마트 미디어의 확산으로 방송 환경이 급속히 변하면서, T커머스에 대한 규제도 줄이기로 한 것이다.

미래부가 동영상 크기 확대 등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KT그룹과 태광그룹, 신세계그룹 등은 기본적으로 환영한다. KT(030200)는 KTH를 통해, 태광은 아이디지털홈쇼핑을 통해 허가증을 갖고 있으며, 신세계(004170) 이마트는 화성산업 자회사 드림커머스의 지분인수를 추진 중인 이유에서다. 대상그룹도 T커머스에 관심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상품판매형 T커머스 승인 업체 10곳.
◇정부-사업자, 실시간 편성 허용두고 갈등 첨예

그러나 미래부와 비홈쇼핑 계열 사업자들은 여전히 ‘T커머스 규제완화 가이드라인안’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특히 홈쇼핑처럼 ‘실시간 편성’을 허용해야 하는가가 논란이다.

미래부는 기존 홈쇼핑과의 차별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6개 홈쇼핑이 있는데 T커머스에까지 실시간 편성을 허용하면 실제로는 홈쇼핑이 16개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케이블TV나 IPTV 가입자들은 채널번호 30번 대 아래의 황금채널 곳곳에서 나오는 쇼핑방송을 울며 겨자 먹기로 볼 수 밖에 없고, 이는 시청권 침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논리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금도 사업자들은 양방향 서비스 등에 대한 별다른 투자 없이 10분짜리 상품소개 동영상을 1시간에 6번씩 틀면서 영업하는데, 실시간 편성까지 허용하면 T커머스 본질에 대한 투자보다는 황금 채널사이에서 홈쇼핑과 비슷한 형태로 사업하는데 만족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계열 T커머스(KTH, 아이디지털홈쇼핑 등)와 기존 홈쇼핑간 송출수수료 경쟁이 격화되면, 국내 IPTV나 케이블TV 의 수입원 중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지나치게 많아져 방송콘텐츠 생태계에도 부정적”이라고 비판했다.

T커머스가 기존 홈쇼핑과 유사해지면 KT나 티브로드 등이 홈쇼핑 송출 수입에만 집중하게 돼 좋은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이는 유료방송의 저가화를 불러 채널사용사업자(PP)에 돌아가는 수신료 몫도 줄어 콘텐츠 투자 선순환 생태계가 깨질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T커머스 기업들은 ‘실시간 편성’을 못하게 하는 것은 기술적 변화 추세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실시간과 비실시간을 나눠 규제하는 사례가 없어 우리나라만 규제하면 전체 유료방송 정책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드라마를 보는 중에 배우가 쓴 모자를 보고 구매하는 ‘연동형 T커머스’를 시범적으로 했지만 재미를 못 봤다. 현재로서는 홈쇼핑 같은 방식이 유효하다”면서 “시청권 문제는 사업자 자율규제를 통해 특정 유료 방송에 들어가는 숫자를 제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가능한 실시간 편성을 규제하면 방송을 틀었을 때 정지화면이 나와 사업에 타격이 심하다”면서 “방송법 상 데이터 방송도 방송인 만큼 실시간을 못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방송법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동형 T커머스 화면. 프로그램 방송 중에 서비스하는 연동형 T커머스는 별도 채널이 필요하지 않고 허가 사항도 아니다. 하지만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다. 출처: KT스카이라이프
◇T커머스에도 혁신 필요…규제도 합리화돼야

T커머스가 기존 홈쇼핑과 다른 데이터에 특화된 ‘맞춤형 양방향 TV기반 상거래’로 발전할 수 있을까. G마켓이나 11번가 같은 오픈마켓과 다른 차별화된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해 성공을 거둔 쿠팡이나 티몬, 위메프 같은 소셜커머스의 혁신은 TV 단말기에선 불가능한 것일까.

정부와 T커머스 사업자의 상호 불신 속에 한국방송학회는 25일 ‘유료방송법제 통합의 기본원칙과 방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이 자리에선 T커머스의 법적 기반이 된 방송법상 데이터 방송(허가)의 정의와 전기통신사업법·IPTV법 상의 부가통신(신고)이 달라 혼란을 주고 있는 규제체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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