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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위성신호처럼 지구와 우주 사이를 오가는 이야기들이 무대에 펼쳐진다. 오는 16일부터 내달 11일까지 서울 명동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를 통해서다.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작가로 부상하고 있는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화제작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비행사 2명이 우주미아가 되어 떠돌고 있다는 설정에서 출발해 지구촌 인간 군상들이 순간적 접속을 경험한다는 내용을 그렸다. 연출을 맡은 이상우는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가까워지기를 끊임없이 열망하면서도 접속하고 대화하는 데 계속 실패한다”며 “몽상적이고 은유적인 형식을 빌려 인간은 결국 서로 관계하고 소통하는 존재라고 말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영상과 연기, 무대미술 등 각 장치는 공연의 필연적인 구성요소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영화 ‘스파르타쿠스’의 컴퓨터그래픽을 담당했던 장성호 모팩 스튜디오 대표가 영상을 맡았다.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이동한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LED 영상과 푸른색 무대 바닥을 활용했다. 장 대표는 “어느 공간에서나 불을 꺼놓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같은 곳처럼 느껴진다”며 “정교한 기술을 바탕으로 우주의 심연과 하늘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1인2역을 소화한다. 등장인물은 총 13명. 이언·베르나르 역에 배우 최덕문, 에릭·술집주인 역에 이희준, 비비안·실비아 역에 김소진, 올렉·환자 역에 이창수, 클레어·공항카페주인 역에 공상아, 카시미르·술집주인 역에 홍진일이 출연한다. 밤무대 댄서인 나스타샤로 나서는 김지현만 유일하게 한 역할을 소화한다. 김지현은 “나스타샤는 꽃과 같은 생기를 지닌 인물이다. 소통이 안 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최덕문은 “작품 자체가 하나의 퍼즐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을 다 봐야 유기적인 연관성을 파악할 수 있다. 직접 보고 판단해달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1644-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