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면서 대기업 규제를 골자로 하는 경제민주화 정책도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순환출자 금지 등 재벌 개혁을 둔 여·야간의 갑론을박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 사회 양극화와 경제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켰다는 판단에 여·야당 모두 선거 전부터 '좌클릭' 공약을 쏟아냈지만, 세부적으로는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에 따른 폐해를 막자는데 비해, 민주통합당은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는 전면적인 재벌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추구 근절, 무분별한 중소기업 사업영역 진출 방지, 부당 단가인하·담합행위 등 불공정 관행 근절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규제 장치의 복구와 보완에 좀 더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일감 몰아주기·지배주주 범죄 처벌 강화 등 일부 사안에 있어 새누리당과 같은 공약을 내놨지만,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서는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가장 이슈가 됐던 부분은 지난 2009년 폐지됐던 출총제 부활이다. 민주당은 3년간의 유예기간을 준다는 조건에 상위 10개 대기업 집단의 출자총액한도를 순자산의 30% 한도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대기업 오너들이 소수의 지분으로 계열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순환출자를 법률 개정을 통해 금지하는 방안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순환출자 구조를 끊는데 막대한 돈이 드는 만큼 출총제보다 대기업 전반에 더 큰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함께 재벌의 과도한 계열사 늘리기와 지배력 확장을 막기 위해 지주사의 부채비율을 현행 200%에서 100%로 낮추고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보다 10%포인트씩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여대야소가 됐지만 민심을 얻기 위한 양당의 공약 경쟁은 올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대선 결과가 경제민주화 정책 방향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연말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가 있기 때문에 여·야당 모두가 경제민주화 공약을 입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출총제 부활·순환출자 금지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