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22일자 38면에 게재됐습니다. |
[김병수 이데일리 경제부장] 우리나라의 양극화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정치의 해를 맞아 유독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으로부터 표를 얻어야 하니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감동을 줘야 하는 것은 정치와 선거의 기본 속성이다.
경제대통령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도 정권 초기에는 기업의 성장을 통한 분배를 강조했지만 선거가 다가 올수록 알게 모르게 방향을 틀고 있다. 급해졌다는 방증이다. 실제 생각이 어떻든 간 선거에서 이겨야 생각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양극화 문제는 참여정부 때부터 국책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점검하기 시작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참여정부 초기 청와대의 주문으로 양극화 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공식 제출했다고 한다. 익히 알려진대로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그 때부터 심각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KDI의 당시 분석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양극화가 지표로서 확인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말 차이나쇼크 이후다. 노동집약형 산업으로 유지되던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중국의 싼 노동력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은 자동화투자에 나서 효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노동계가 세력화하게 된 것도 기업들의 자동화 투자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러나 이 때까지 우리 사회는 양극화 문제를 크게 보지는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 개방 가속화로 국내 서비스업의 낙수효과가 사라지면서 국민들의 머리 속에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내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업에서의 부진이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화학과 경공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 기업과 가계 부문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얘기다.
서비스업의 약화는 우리 경제에 좋지 않은 결과를 내놓는다. 우리나라 성장을 얘기하면 보통 수출을 먼저 떠올리지만, 이의 기반인 제조업은 실제로 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 정도다. 나머지가 서비스업이다.
학자들은 2000년대 들어 GDP가 하락한 것은 서비스업의 부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본다. 외환위기에 의한 개방으로 소위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은 외국 선진회사에 밀리면서 성장할 기회를 날려버리고, 남아있는 서비스업은 생계형 서비스업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이냐는 것이 과제다. 여야를 막론하고 해답은 공약의 형태로 제시하고 있는 형국이다. 선거 때마다 본 것이기도 하다. 어디서 돈을 구할지는 나중 문제고 일단 쓰겠다고 한다. 포퓰리즘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선거에서 이기고 나면 끝인 그런 것들이다.
옛 현인들의 말씀에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물고기를 주지 말라 했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 했다. 정치권에서 내세우는 것은 그냥 물고기에 불과하다. 대부분 ‘그냥 준다’는 보조금이다. 당장의 배를 불리고 당장의 기분이 좋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 것은 분명히 독이다. 공짜는 탈이 나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