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요즘 국내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미국의 부채 한도 확대 합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뉴욕, 유럽증시 등은 연일 약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세계 증시, 특히 미국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이 거꾸로 가는 것은 의외다. 투자심리도 괜찮다. 그동안 못 올랐던 코스닥과 중·소형주까지 온기가 퍼지면서 투자자들도 들뜬 듯하다. 빚을 내서 주식 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국내 증시가 선전하고 있는 것은 여러 이유를 꼽을 수 있다. 빚더미에 쌓인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 경제 상황 등이 있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은 찜찜한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만으로 디커플링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 가치 하락에 의한 일시적인 강세라는 의견도 있다. 전날(27일) 달러-원 환율은 장중 1050원이 무너지기도 했다. 3년 만에 처음이다.
원화 절상에 환차익을 노린 달러 캐리 트레이드자금이 유입된 효과도 있다는 것. 실제로 수급에서는 외국인 선물 매수를 등에 업은 프로그램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는 미국 채무 한도 상향 협상이 좀처럼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크다. 채무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고 미국이 곧바로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처하지는 않겠지만,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내내 경고해왔던 칼을 빼 들 가능성이 크다. 바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AAA)의 하향 조정이다.
그동안 굳건히 지켜왔던 미국의 트리플 A 왕관이 벗겨진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주요 국채 투자자들의 매도 압력이 높아질 수 있는데다 미국 국채뿐 아니라 프레디맥과 같은 국책 모기지업체의 등급까지도 하향 조정될 수 있다.
아울러 국채수익률 급등과 함께 달러화 가치는 더욱 고꾸라질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단기 글로벌 자금은 미국을 떠나려 할 것이고, 겨우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미국 경제에도 부담될 수 밖에 없다.
국제 신평사들이 미국을 봐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지난 금융위기 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비난을 받아왔던 터라 더욱 그렇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부채 협상이 막판에 타결될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마냥 랠리를 즐기기에는 생각할 게 너무 많은 시기다. 채무 한도 증액 마감 시한인 다음 달 2일을 확인하고 가도 늦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