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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녹색투자 `마중물`로 나섰다..배경과 과제는

김기성 기자I 2009.07.05 12:03:03

`정부 길터주기 역할, 앞에서 끌고`-`민간 참여 유도`
녹색산업서 반도체 찾는다..그린카 LED 등 집중 육성
`GT버블` 가능성 차단 등 과제도 적지 않아

[이데일리 김기성기자] 정부가 녹색투자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로 나섰다. 아직 애매모호한 녹색산업의 특성상 맨앞에서 `길을 터주는` 정부의 역할이 있어야 민간의 투자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녹색인증제` 도입 등 녹색기술의 명확한 정의를 통한 투자대상 저변 확대와 녹색산업의 발전단계별 맞춤형 자금유입 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하이브리드카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을 집중 육성할 핵심 녹색산업으로 선정했다.

정부의 이같은 대책은 ▲자동차 등 핵심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미래의 신성장동력 발굴 ▲과잉 시중자금의 생산적인 분야 유입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구조조정 등 다중포석을 깔고 있다.

지금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형 제조업 중심 경제체제로는 지속적인 발전이 어렵고, 저탄소·저에너지의 녹색 경제구조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야 경쟁력 있는 핵심 산업이 변화하는 세계 환경에 대응하며 살아남을 수 있고, 지금의 반도체와 같은 미래의 먹거리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구조조정이 당면 과제인 중소기업이 사업영역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고, 금융권에서 맴돌고 있는 과잉 유동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유도해 부동산시장 등의 자산거품을 막아보겠다는 목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일단 긍정적이다. 녹색투자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녹색투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아직 실행부분에 있어 구체화되지 못한 부문이 많아 민간자금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 또 무리한 녹색투자 유도가 자칫 과거 IT버블과 같은 GT(Green Technology)버블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정부 앞에서 끌고`-`민간 참여 유도`

흔히들 말하는 녹색산업은 ▲불확실성이 크고 ▲투자회임기간이 장기이며 ▲외부효과가 크다는 게 특징이다. 시장기능에만 의존하는 금융메카니즘으로는 충분한 투자자금의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고, 재정을 통한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민간 금융회사들이 녹색여신을 우대하고 녹색금융상품도 출시하고 있으나 아직 지원 규모가 미흡하다. 자금지원도 성숙단계에 있는 프로젝트에만 집중돼 있어 초기단계인 연구개발(R&D), 상용화, 성장 등에 대한 지원은 미미한 실정이다.

특히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투자대상 프로젝트가 아직 많지 않은데다 녹색프로젝트와 기업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또 녹색기술의 사업화 가능성이나 경제성을 평가하는 능력도 갖추지 못하고 있고, 이산화탄소 감축목표 설정과 배출권 거래제 시기 등과 같은 정책의 불확실성도 한몫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녹색인증제` 도입을 통한 투자대상 저변 확대와 ▲녹색산업의 4개 발전단계별 재정과 민간금융의 역할분담을 담은 맞춤형 자금유입 등 2가지 정책 방안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특히 비과세 혜택을 주는 녹색펀드, 녹색예금, 녹색채권을 다양하게 만들어 일반인 등 민간부문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8~9월께 도입될 `녹색인증제`는 다소 애매모호한 녹색기술 및 프로젝트의 정의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녹색투자 활성화를 위한 첫 단계다. 민관 공동 `녹색인증 협의체`가 꾸려져 인증대상 분야, 기준, 절차, 운영기관 등을 구체화함으로써 어떤 기술이나 프로젝트가 녹색산업인지에 대한 일종의 `가르마`가 타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녹색투자 대상이 명확해져 투자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재정과 민간금융의 역할 분담 방향인 발전단계별 맞춤형 자금유입 메카니즘은 ▲R&D(연구개발) ▲상용화 ▲성장 ▲성숙 등 4가지다.

수소에너지 등 고위험의 장기투자가 필요한 R&D 단계에서는 재정이 위험을 상당부분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녹색기술 R&D 재정지원 규모를 올해 2조원에서 2013년 2조8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주요 난제 R&D에 대해 사후보상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또 산업은행 중심의 3000억원 매칭펀드를 조성하고, 투자연계형 및 구매조건부 R&D 규모를 확대키로 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상용화 단계의 경우도 여전히 시장화 가능성 등에 대한 위험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정책금융 주도 아래 정책을 펼치기로 했다. 모태펀드 `녹색중소기업 전용펀드`(`09 600억→`13 1.1조)와 신용보증(2.8조→7조)을 확대하고, 정책자금 융자규모도 올해 1300억원에서 2013년 66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반면 조명용 LED 등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성장단계에서는 민간자금이 참여하는 비과세 5년만기 녹색 장기예금과 녹색 장기채권, 녹색펀드 등 자본시장의 역할을 높였다. 녹색펀드·예금·채권은 자금의 60%를 녹색인증을 받은 기술 및 프로젝트에 투자하게 된다.

하수처리시설 등 성숙단계의 경우는 민간의 자발적 녹색금융만으로 자금이 조달된다. 정부는 탄소배출권 거래소 및 탄소회계 도입 등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는 단계다. 탄소배출권 거래소는 2011년까지 설립될 예정이며, 1000억원 규모의 `공공탄소펀드`가 오는 10월 조성된다.



◇ 녹색산업에서 반도체 찾는다..하이브리드카 LED 등 집중 육성

정부는 `선택과 집중` 원칙 아래 핵심 녹색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특히 친환경자동차(그린카)인 하이브리드카와 LED 조명 지원에 우선 방점을 찍었다.

하이브리드카는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자동차산업의 생사가 달려 있는 과제다. 지금은 전세계 자동차시장의 비중이 1%에 불과하지만 2020년에 가면 20%에 달할 전망이다. 따라서 세계 5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린카에서 세계 정상급의 위치로 올라서지 못한다면 지금의 위상을 유지할 수 없다.

특히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뿐만 아니라 부품산업이 한꺼번에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6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자금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지원된다. 부품업체에 대해서는 금융기관과 대기업이 유동화증권을 공동 인수하거나 녹색브리지론을 도입해 2012년까지 1조원의 설비·운전자금이 투입될 계획이다.

LED 조명의 경우 시장규모가 매년 40%씩 급성장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LED 기술수준이 세계 최고의 85~90%에 달하고 있어 기술격차를 줄이고 가격경쟁력만 확보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는 2012년까지 공공기관의 조명 30%를 LED로 교체키로 한 것은 LED가 개당 10만원 정도의 고가라 우선 공공기관 중심으로 초기 수요를 견인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야 가격이 상당부분 낮아져 수출경쟁력을 단기간내 키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LED 교체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000억원 규모로 LED 리스회사에 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백화점, 쇼핑몰 등 에너지 과소비 민간시설의 LED 조명 교체 프로젝트를 주요 투자대상으로 해서 녹색펀드에서 직접 투자하거나 민간 LED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한편 정부는 자전거도로, 신재생에너지 시설, 대기·수질 등 환경오염 측정망을 민자사업 대상으로 추가하기로 했다. 또 에너지절약기업(ESCO)의 대상사업을 에너지절약 시설투자 사업에서 이산화탄소 저감시설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으로 확대하고 재정투입 규모도 늘리기로 했다.

주형환 재정부 성장기반정책관은 "이번 대책은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핵심 녹색산업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고, 자본시장을 적극 활용하면서 정부가 보완역할을 통해 녹색산업으로의 자금유입을 촉진하는 주요 녹색 선진국들의 정책방향과도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GT버블` 가능성 차단 등 과제

가장 우려되는 부문은 과거 IT버블과 같은 GT(Green Technology)버블의 가능성이다.

근거있는 기대수익률과는 상관없는 무문별한 자금투입은 버블로 이어지고, 유행적인 신기루가 사라지면 후유증은 클 수 밖에 없다.

정부도 고민하고 있다. 녹색인증제가 평가하는 기술 수준이 너무 높게 설정될 경우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녹색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반면 그 기술 수준을 너무 낮게 가져가면 무분별한 투자로 버블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 한 전문가는 "정부가 녹색투자의 활성화에 방점을 찍고 있어 버블 형성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며 "IT버블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대래 재정부 차관보는 "IT버블 때는 벤처로 돈이 무분별하게 흘러들어갔기 때문인데, GT의 경우 기존 산업과 상품이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라 사정이 다른 측면이 있다"며 "녹색인증제를 먼저 마련하고 발전단계별 지원방안을 연결해서 운영하면 큰 버블이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녹색 장기예금 및 채권, 녹색펀드가 일반인의 녹색투자에 대한 인지도와 참여도를 높이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도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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