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LG그룹 `기(氣)싸움` 팽팽

김기성 기자I 2004.12.19 12:45:17

양측 여론 우위 점하기 가열 양상
LG 답변, 채권단 요구시한 20일 넘길듯

[edaily 김기성 최한나기자] LG카드 정상화를 위한 총 1조2000억원 증자를 둘러싸고 채권단과 LG그룹간 `기(氣)`싸움이 여전히 팽팽하다. 이런 가운데 채권단이 요구한 LG그룹의 입장 표명 시한이 하루(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채권단은 LG그룹에 과거 대주주 책임 차원에서 LG카드 보유채권중 7700억원을 출자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LG그룹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종전 거부의사에서 한치 변화도 없는 형국이다. 오히려 여론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양측의 힘겨루기만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20일에는 LG카드가 직접 나서 추가 자본확충의 타당성을 설명하며 LG그룹 압박에 동참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양측의 현재와 같은 기싸움 양상을 감안할 때 LG그룹의 최종 답변은 채권단 요구 시한인 20일을 넘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채권단-LG그룹 `평행선 달리기` =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최악의 경우 LG카드를 청산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LG그룹 역시 `출자전환 불가`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채권단은 LG카드 부실에 대해 누구보다도 확실히 책임져야 할 LG그룹에서 책임분담을 거부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격분하고 이다. 특히 과거 대주주의 책임을 차치하고라도 LG카드 최대 채권자(1조1750억원)인 LG그룹이 정상화 작업에 참여하지는 않으면서 앉아서 7~8%의 이자만 따먹고 채권을 회수하려는 게 그야말로 반시장적인 이기주의라고 비난하고 있다. 또 LG 계열사 이사들이 LG카드에 출자 전환하는 게 배임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오히려 LG카드가 청산돼 손실을 입는 자체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LG그룹이 연말까지 7700억원을 출자전환하지 않는다면 LG카드의 청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LG그룹은 올초 추가 지원이나 부담이 없다는 전제 아래 1조1750억원을 지원했고 LG카드와 LG증권 등 금융업에서도 이미 손 떼는 등 확약서 내용을 성실히 이행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출자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처사라는 주장하고 있다. LG 계열사 가운데 각각 1000억과 1500억원의 기업어음(CP)를 소유하고 있는 LG전자와 LG화학은 이미 15일 이사회 간담회에서 LG카드에 대한 출자전환 요구를 거부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LG카드는 20일 박해춘 사장과 담당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LG그룹의 협조를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갖는다. 박 사장은 이 자리에서 LG카드가 최근 3개월 연속 흑자전환을 이루는 등 각종 지표의 호전이 가시화한 만큼 채권단이나 LG그룹 모두 자본확충에 참여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 `채권단 힘 실어주기`에 나서는 셈이다. ◇기싸움의 핵심 `분담액` = 채권단은 LG그룹에 당초 8750억원의 출자 전환을 요구했었으나 최근 여기서 1000억원 가량 낮춘 7700억원으로 수정 제안했다. 채권단은 지난달 25일 LG그룹에게 8750억원의 출자 전환을 요구했으나 답변시일인 3일까지 통보가 없자 지난 10일 출자전환이 어렵지 않다고 판단되는 후순위전환사채 전환용 채권 5000억원과 대주주 보유 채권 2700억원 등 총 7700억원을 출자 전환해 달라고 요구했다. 나머지 4300억원은 채권단이 출자하겠다는 것이다. LG그룹이 갖고 있는 LG카드 채권 1조1750억원은 개인 대주주 2700억원, 지주회사 3000억원, 각 계열사 보유의 후순위전환사채 전환용 5000억원, 기타 105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채권단은 이 가운데 후순위전환사채 전환용과 개인대주주 채권은 LG그룹이 의지만 있다면 출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후순위전환사채로 전환하기로 한 채권은 이미 이사회 의결을 거쳤기 때문에 출자전환으로 다시 의결받기가 어렵지 않고, 대주주채권은 책임 분담 차원에서 출자 전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LG그룹이 출자전환에 참여할 수 없다면 LG카드 청산시 회수율을 적용한 2600억원에 보유 채권 1조1750억원을 모두 채권단에 넘기는 `캐시바이아웃(CBO)`을 선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LG그룹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출자 전환을 거부하고 있다. CBO는 더더욱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LG그룹이 끝까지 모른 척 할수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LG 계열사들이 잇따라 간담회를 통해 `출자전환 거부`를 표명하고 나선 것은 출자 금액을 낮추는 등 협상을 좀더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세몰이용`이라는 분석이 많다. 확정적 의결이 아닌 간담회 형식으로 거부 입장을 밝힌 것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더한다. 따라서 LG그룹의 출자 전환규모에 대해 후순위전환사채 5000억원을 넘는 `알파` 범위를 놓고 채권단과 LG그룹이 막판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LG그룹과 채권단 모두 과거 사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결국 진통 속 타협을 통해 갈길을 찾을 것"이라며 "현재는 서로 좀더 우위적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막판 힘겨루기"라고 진단했다. ◇연말까지 합의 안되면 금융시장 혼란 = 하지만 LG카드 자본확충을 결정해야 하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연말까지 1조2000억원의 증자가 확정되지 못하면 내년 상장 폐지는 물론 신용등급 하락으로 2조원대의 ABS 상환요구가 잇따르면서 현금서비스 중단과 부도 상황이라는 1년전 상황을 되풀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금융감독당국의 적기시정조치에 이은 청산으로 가는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LG카드 이사회는 29일 잡혀있다. 하지만 LG카드가 청산될 경우 LG그룹과 채권단 모두 막대한 손실을 입는 만큼 청산으로 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 정부가 LG카드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서 물밑에서 막판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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