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 수사 결과에 따르면 부중대장은 이들이 취침 점호 후 떠들었다는 이유로 중대장 승인을 얻어 군기훈련을 실시했다. 보급품이 모두 지급되지 않은 훈련병들에게 군장의 빈 공간을 책으로 채우게 하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완전군장을 하도록 했다. 게다가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뛰게 하거나 선착순 달리기를 시키는가 하면, 완전군장 상태로 팔굽혀펴기도 지시했다. 군기훈련 관련 규정에 없는 내용들이다.
게다가 군기훈련 실시 전 훈련 대상자에게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해 군기훈련의 실시사유를 명확히 하고 소명기회를 부여한 후 실시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이러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훈련 대상자의 신체상태와 훈련장 온도지수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열사병 위급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신속한 응급처치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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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게 적절한 대책인지는 의문이다. 이번 사고는 훈련병에 대한 체력단련 방식의 군기훈련 문제가 아니라, 규정을 지키지 않고 가혹행위 수준의 군기훈련을 시킨 게 본질이기 때문이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 따른 육군의 기존 ‘육군규정 120 병영생활규정’은 군기훈련 명령권자와 조건, 절차, 방법 등을 자세히 담고 있다. 특히 완전군장 군기훈련은 1회 1㎞ 이내 보행 방식으로 최대 4회까지만 부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구보나 팔굽혀펴기를 동반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다. 선착순 달리기 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군기훈련은 닥치는 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구두 교육 이후에도 말을 듣지 않거나 동일한 잘못을 반복할 경우에 할 수 있다. 규정에는 군기훈련 최대 시간과 휴식시간 보장, 피교육자의 신체 상태 파악 등의 내용도 있다. 이번 사고는 간부들이 이같은 기존 규정을 준수했더라면, 건강 이상을 호소할 때 적절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개인 기분대로 군기훈련이 이뤄지지 않도록 규정 준수를 강조하고, 재발방지 교육을 강화하는 게 대책의 핵심이 됐어야 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문제가 생기니 이를 아예 없애버리는 단순한 방식을 택했다. 몇 주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민간인을 군인화 해야 하는 신병교육에서 ‘정신 수양’만으로 충분한 훈육 효과가 달성될지 의문이다. 육체적 고통 없는 체벌로 군기가 바로 서겠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지면을 빌려 안타깝게 순직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