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3월 신라젠은 350억원 규모의 분리형 BW를 발행했다. 채권 자체가 주식으로 전환되는 전환사채(CB)와 달리, BW는 정해진 가격으로 신주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는 사채다.
문 전 대표가 160억원, 이용한 전 신라젠 대표와 문 전 대표 처남 곽모씨가 각각 70억원, 문 전 대표 외삼촌 조씨가 50억원 상당의 BW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신라젠 최대주주는 이 전 대표, 2대 주주는 문 전 대표였다.
이후 조씨는 2016년 9월과 2017년 2월 BW에서 분리된 신주인수권을 1주당 3500원에 행사해 신라젠 주식(142만8570주)으로 전환했다. 성동세무서는 2018년 2월 이 거래를 통해 조씨가 약 166억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2015년 개정된 상속·증여세법을 적용해 약 102억원의 상속세를 부과했다.
성동세무서는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에 버금가는 2대 주주의 특수관계인이 BW 주식 전환에 따른 이익을 얻는 것은 구 상·증세법 4조 1항 6호 규정, 즉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 과세 처분했다.
조씨는 증여세 부과 처분에 불복해 2018년 5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기각되자 소를 제기했다. 조씨 측은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아닌 경우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도록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봐야 해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은 경제적 실질의 유사성이 부정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다만 2심은 유사성을 인정하며 원고 패소로 엇갈린 판단을 내놨다. 2심 재판부는 “문 전 대표는 외삼촌 조씨와 함께 받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이후 최대주주가 될 것이 분명했기에 그 지위가 최대주주와 유사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법 조항이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 한정해서만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구 상·증세법 40조 1항 2호 다목이 신주인수권의 주식전환 이익에 따른 증여세 과세 대상과 범위를 명확히 정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짚었다. 이처럼 과세 대상과 범위가 정해진 거래·행위에 대해서까지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한다면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해당 조항은 과세대상과 과세범위를 한정함으로써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가 얻은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별도의 규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