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주가 반등을 시도 중인 유통주가 실적 개선이라는 숙제를 받았다.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으로 주목받으며 변곡점을 맞았으나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호재가 소멸하자 상승세가 주춤하다. 증권가에서는 저PBR 매력만으로는 기업가치 상승에 한계가 있는 만큼 실적 개선이 따라야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유통 대장주인 이마트(139480)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22% 내린 7만3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올 초 6만원대까지 하락한 후 저PBR 랠리를 타며 지난달 2일 8만8500원 까지 올랐다가 상승분을 반납하는 모양새다. 롯데쇼핑(023530) 역시 지난달 13일 9만2100원까지 오르며 고점을 형성한 후 7만원대 중반까지 내려앉았다.
유입되던 외국인 수급도 빠르게 빠져나가는 중이다. 지난달 16일 이후 외국인은 이마트를 217억원어치, 롯데쇼핑은 5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 내용에 대해 실망스러웠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오는 데다 실적 부담이 주가에 반영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주가 저PBR 동력을 잃은 사이 이머커스 대표주자인 쿠팡은 전년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회수 구간에 접어들었고, 분기별로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며 나타난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국내 온라인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을 위협할 만한 요소는 제한적이라 판단하고 있으며 영역 확대와 점유율 상승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주의 주가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점은 올 들어 주요 유통업체의 매출이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올 1월 주요 유통업체의 매출은 전년대비 8.2%가량 증가했는데 이는 온라인 매출이 16.8%가량 증가한 덕이다. 백화점 명품 수요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소규모 장보기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통 기업들의 주가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낮은 PBR 매력이 부각하며 등락을 반복하는 중인데 단순히 PBR이 낮다는 점만으로는 기업가치 상승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실적 개선이 동반되는 종목을 찾아야 하는데 백화점의 1~2월 누적 기준 기존점 성장률이 미드싱글(4~6%)로 추정되는 만큼 성과가 좋으며, 면세점도 전년 동기의 낮은 기저에 따른 회복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관련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