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심사의 최대 관문이었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다음 달 14일 심사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EC는 양사 합병에 따른 유럽 노선 화물·여객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이에 대한항공은 고육책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이라는 결정을 담아 시정조치안을 제출했던 만큼 심사 통과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럽 현지에서도 EC가 시정조치안 이행을 전제로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담은 결정문 초안을 작성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의 인수합병 심사에서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곳으로 꼽히는 유럽연합의 문턱을 넘으면 남은 경쟁당국인 미국과 일본의 심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경쟁당국은 타국 심사 추이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양사 기업결합에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대한항공도 EC에 이어 일본 경쟁당국의 심사를 연초 종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최종 통과까지 마지막 관문이자 변수는 미국 한곳으로 좁혀진다. 다만 현재 미국 법무부(DOJ)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 중인 한국과 미주 노선간 독점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노선 이관 등 또다시 출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DOJ는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운항하는 미주노선 13개 중 샌프란시스코와 호놀룰루, 뉴욕, LA, 시애틀 등 5개 노선에서 독점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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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기업결합 승인이 완료되면 한국에서 세계 10위권 수준의 운송량을 갖춘 초대항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시 노선 운영 합리화, 원가 절감 등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늘어난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과 최적화된 스케줄을 통해 글로벌 환승 수요 추가 유치 등으로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까지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DOJ가 심사 결론을 내기까지 지지부진한 시간 싸움을 벌인다거나 소송을 제기해 합병이 지연될 경우 피인수 기업의 경쟁력이 급속도로 나빠질 것이라는 게 항공업계의 가장 큰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9년 7월 매각 공고를 낸 이후 합병 작업 동안 신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심사가 길어질수록 아시아나를 비롯해 우리 항공 산업 발전도 후퇴할 수 있어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