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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경찰 제복을 입은 뒤 22년간 형사과에서 마약사건을 수사한 조 경감은 2005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해 5월, 조 경감이 포함된 수사팀은 서울 은평구에서 대마초를 피운 남성 한 명을 붙잡았다. 집요하게 수사를 이어간 끝에 한 야산의 대마초 재배지를 찾았고, 마약공급책과 투약자 27명을 검거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는 당시 사건을 해결한 보람도 컸지만 투약자와 라포르(rapport, 상호 신뢰관계를 말하는 심리학용어)를 쌓으면서 진술을 이끌어낸 선배들을 보고 마약 수사에 필요한 자세를 배웠다고 말했다.
조 경감은 “마약 사범은 서로 연결돼 있어서 한 명을 설득하면 공범을 잡을 수 있는데 쉽지 않다”며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니까 계속 진득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요즘은 텔레그램이나 가상화폐로 마약을 거래해서 전보다 수사가 어려워졌다”며 “영화 ‘극한직업’의 형사들처럼 일주일씩 잠복하거나 한 수사에 몇 달씩 매달리는 일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쌓은 경험은 필리핀에서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유통한 박왕열의 조직을 잡는 밑거름이 됐다. 박왕열은 드라마 ‘카지노’의 모티브가 된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국내에 다량의 마약을 공급해 왔던 인물이다. 조 경감과 이 사건의 인연은 2019년 마약 판매자 한 명을 구속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피의자를 타이르는 과정에서 텔레그램으로 마약을 구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확인해보고 싶었다”며 “제보받은 채널로 샘플 0.1g을 사서 국과수에 의뢰했는데 정말 필로폰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때부터 J씨를 찾는 추적이 이어졌다. 조 경감은 마약 매수자들의 계좌와 폐쇄회로(CC)TV, 통화내용을 분석해 돈의 흐름을 좇았다. 그리고 2년 만에 J씨를 붙잡아 박씨가 다량의 마약을 국내에 유통한 인물임을 특정했다. 이 일로 조 경감은 판매자와 매수·투약자 86명을 검거하고 박씨의 국내 마약 공급망을 차단했다.
조 경감은 이젠 마약 중독자에 대한 복지에 신경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파트 화단이나 놀이터에서 발견될 만큼 마약이 일상으로 뻗어 나왔다”며 “우리 사회가 마약 투약자의 중독을 질병으로 보고, 이들이 방황하지 않도록 보듬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