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초기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북한 무인기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비행금지구역까지 침투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을 때 합참과 국방부는 강하게 부인했다. 국방부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진입은 사실로 판명되었다. 민주당에서 국방부의 거짓말을 성토하면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작전본부장의 사과로 마무리되었다.
이런 일은 비단 이번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4년 전 문재인 정부 시절 삼척항에 북한 목선 한 척이 들어온 적이 있었다. 당시 국방부는 “삼척항 인근 앞바다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실은 스스로 입항하여 부두에 정박한 상태였다. 경계실패에 대한 비난을 우려하여 ‘앞바다’에서 발견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표류해서 발견하기 힘들었다”는 말까지 덧붙혔다.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까지 참석한 대책회의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서슴럼없이 거짓말을 한 것이다.
경계실패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 군이 보여준 익숙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우리 군이 솔직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까. 필자는 개인적 문제라기보다는 구조와 문화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도 바뀌었고 사람도 달라졌지만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면, 거기에는 구조적이며 문화적인 원인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 경계실패에 대한 부담을 정부나 군 모두 너무 크게 갖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 정부 차원에서 보면 경계실패는 안보에 무능한 정부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군의 부담은 말할 것도 없다. ‘철통같은 방어’, ‘물샐틈없는 경계’를 외쳐온 군으로서 사소한 실패조차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런 상황이 군의 경계실패를 인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
문제는 완벽한 경계가 가능하지 않은 현실에 있다. 250km의 휴전선을 한 치의 틈도 없어 완벽하게 경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3면으로 둘러싸인 바다나 드넓은 하늘은 말할 나위도 없다. 무인기도 마찬가지다. 2015년 미국 백악관에 민간 드론이 날아와 벽에 부딪친 적이 있다. 비슷한 일들이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 언젠가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만큼 탐지와 요격이 어렵다는 얘기다. ‘물샐틈없는 경계’는 은유적 표현이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 군의 휴전선 방어 태세의 본래 목적은 북한군 병사 한두명이나 탈북자를 찾아내는 개념이 아니다. 중대나 대대 규모 이상의 병력이 전면전을 위해 남하할 때 철책에서 시간을 끌도록 한 것이다. 적 동향 등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 먼저라는 얘기다. 물샐틈없는 경계태세로 소형 무인기까지 찾겠다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다.
이제 우리 군은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경계 작전개념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까지 ‘물샐틈 없는 경계’의 신화를 믿고 있는 국민에게, 경계 개념이 왜 달라져야 하는지를 솔직하게 말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은 군 지휘부다. 그들이 국민과 통수권자를 설득해야 한다. ‘물샐틈없는 경계’를 고집하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나 군을 위해서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경계실패는 반복될 것이고, 군의 거짓말 또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