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언 몸을 녹이기 위해 마시는 한 잔의 뜨거운 음료가, 지난 밤 모임에서 마신 술로 인한 숙취를 풀기 위해 뜨거운 국물의 해장국을 자주 찾는다. 하지만 이런 뜨거운 국물이나 차가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65도 이상 온도에서 제공되는 음료가 식도암과 관련성이 있음을 경고하며, 발암물질 분류 기준 중 다이옥신, 벤젠, 담배 등 인체에 발암성이 있는(cacinogenic to humans) 1군 다음으로 높은 2-A군으로 분류해 고시하고 있다.
IARC 발암물질 분류에 의하면 2-A군은 인체 발암성 물질 추정(probably carcinogenic to humans)을 뜻하며, 제초제(DDT), 에틸카바메이트(우레탄), 질소 머스타드(화학무기)와 유사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가 입으로 섭취한 음식물은 식도를 통해 위장으로 보내져 소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1차 관문인 식도는 위장과 달리 보호막이 없기에 외부자극에 쉽게 손상될 수 있다. 뜨거운 음료를 지속적으로 마시면 식도 점막 내 세포가 음료에 의해 염증이 생겼다가, 나아졌다가를 반복하면서 세포 자체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세포로 변형될 수 있다.
이란 테헤란 의과대학 연구팀이 이란에 거주하는 40~75세 5만여 명을 평균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2004년 ~2017년의 연구 기간동안 317명이 식도암에 걸렸고, 분석 결과 60도 이상의 뜨거운 차를 하루에 700㎖ 이상 마시는 사람은 60도 이하 온도의 차를 마시는 사람에 비해 식도암 발병 위험이 9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뜨거운 차를 만든 지 2분이 지나기 전에 마시는 사람은 더 높은 식도암 발병율을 보이고 있다.
이비인후과 전문 다인이비인후과병원 부설 내과 최조영 원장은 “음식을 삼킬 때 통증이 느껴지거나 체중 감소·출혈·쉰 목소리·만성기침이 동반되면 식도질환을 의심할 수 있으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게 좋다”고 말했다.
또한 최 원장은 “카페에서 사 먹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67~70도, 음식점 찌개는 60~70도에 달하므로, 뜨거운 음료를 받은 후 바로 먹기보다는 뚜껑을 열어서 3~5분 정도 식힌 후 먹거나 입으로 불면서 조금씩 마셔야 식도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