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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그룹(올해 8월 HL그룹으로 사명 변경)은 1994년 12월 계열사 만도기계에 달린 위니아 아이스하키팀(만도 위니아)을 창단한다. 실업팀으로서는 쌍방울그룹 계열 석탑건설에 이은 국내 두 번째였다. 고려대를 졸업한 정 회장은 학창 시절부터 아이스하키 경기를 즐겨온 열성 팬이었다. 그해 8월 창단 선언에서 정 회장(당시는 부회장)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역할 일환으로 동계스포츠 균형발전을 위해 창단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구단주 정몽원의 전폭적인 지지는 성적으로 말했다. 만도 위니아는 창단 원년 출전한 1995년 KBS배 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995~1996, 1996~1997 한국아이스하키리그전에서 정규리그 1위에 만도 위니아가 이름을 올렸다. 한라그룹은 목동 아이스하키 경기장 주변에 선수단 기숙사를 마련하고 훈련에 전념하도록 지원했다. 만도 위니아가 정규 리그에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1위를 차지한 건 1997~1998년 리그였다. 구단은 잔치 분위기였지만 구단주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구단주 정몽원이 얼마나 아이스하키에 진심인지는 여기서 드러난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한라그룹은 만도기계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를 매각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한라그룹은 대기업집단에서도 해제될 만큼 사세가 위축했다. 팀을 상징하는 위니아의 에어컨 사업부가 팔린 것도 이즈음이었다. 그럼에도 만도 위니아는 해체하지 않았다. 팀 명이 만도 위니아에서 한라 위니아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원조 아이스하키실업팀 석탑건설을 비롯한 여타 실업팀이 차례로 해체한 것과 대조된다.
이후로 한라 위니아를 한국에서 꺾을 팀은 없었다. 모든 실업팀이 해체한 터에 별수가 없었다. 구단주 정몽원은 2004년 팀을 경기 안양 연고의 안양 한라로 바꾸고 아시아리그에 참가를 결정한다. 우리처럼 고사 위기에 처한 일본 아이스하키팀과 연대해 새 리그를 꾸리기로 한 것이다. 당시 결정이 아니었다면 어렵게 닦은 아이스하키 저변도 먼지가 됐을지 모른다. 안양 한라는 2004~2005년부터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단된 2019~2020년 시즌까지 6차례 리그에서 우승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러는 새 한라그룹은 되팔았던 만도 등 주력 계열사를 되사들이면서 그룹 재건에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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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아이스하키는 국내에서 비주류 스포츠다. 일류를 지향하는 기업인이 비주류를 지원하는 이유는 뭘까. 아이스하키팀 운영 비용이면 인기 있는 농구나 배구 구단을 운영할 수도 있다.
“아이스하키는 동계 종목 중 유일한 팀 스포츠다.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잘해야 한다는 게 기업(경영)과 굉장히 비슷하다.” (매일경제 인터뷰)
만도 위니아의 후신 HL 안양은 올해 2년 만에 개막한 아시아리그에서 1위(25일 현재)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