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삼성 턱밑까지 추격…후발주자 경쟁도 치열
21년째 ETF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바짝 따라잡고 있다. 한국 시장에 ETF가 등장한 지 20년째 되는 지난 14일 기준으로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 총액은 32조8445억원으로 지난해 12월31일 31조4147억원보다 1조4298억원 늘었다. 시장점유율 1위의 기준점인 ‘51%’선은 무너졌지만 점유율도 작년 42.47%에서 43.31%로 늘었다.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ETF 순자산 총액이 작년 26조2368억원에서 28조5574억원으로 2조3206억원 늘었다. 점유율 역시 35.47%에서 37.66%로 2%포인트 넘게 뛰었다.
이에 따라 한국 ETF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도 7%포인트에서 5.65%포인트로 좁혀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해외 시장을 겨냥한 상품 출시가 최근 서학개미들 수요와 맞물려 점유율을 늘렸다는 분석이다.
이에 맞서 삼성자산운용은 1위를 수성하기 위해 국내시장 지키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채권형 ETF와 월배당 ETF, 금리연동형 액티브 ETF를 전략적으로 내놓으면서다.
후발주자 경쟁도 치열하다. 순자산규모 4위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드한 이미지 벗어던지기에 나섰다. 지난달 ETF 브랜드명을 ‘킨덱스(KINDEX)’에서 ‘에이스(ACe)’로 교체하고 점유율 상위 운영사들과 정면승부를 예고하면서다. 삼성자산운용 출신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대표가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도 ETF 강화 전략의 일환이다. 2002년 당시 삼성투신운용(현 삼성자산운용)에 근무하던 배 대표는 홍콩 출장에서 ETF를 접하고 국내로 들여온 바 있다.
올 들어 5위와 6위 운용사가 뒤바뀌기도 했다. 작년 시장점유율 2.74%로 6위였던 키움자산운용은 올해 NH아문디자산운용을 제치고 5위에 올랐다.
7위 한화자산운용 역시 올 들어서만 ETF 상품을 13개 출시하는 등 적극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는 삼성자산운용(14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한화자산운용은 미국대체투자와 우주항공&UAM, 글로벌희토류와 글로벌수소&차세대연료전지 등 이색 테마 ETF를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후발주자인 만큼 트렌드에 맞는 지수를 선점하겠다는 계산이다.
◇‘최초’ 경쟁부터 연금상품 결합까지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최초’ 경쟁에도 불이 붙고 있다. 업계 3위 KB자산운용은 지난 11일 국내 최초로 글로벌 원자력 ETF를 출시했다. 원전 밸류체인 관련 국내기업에 30%, 글로벌기업에 70%를 투자하는 상품이다. NH아문디운용 역시 지난 8월 K-푸드 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최초로 선보였다.
올해에는 퇴직연금을 공략 타깃데이트펀드(TDF)에 투자하는 최초 ETF도 등장했다. 지난 6월 삼성자산운용과 키움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은 대표적인 연금상품인 TDF를 ETF와 결합한 TDF ETF를 내놨다.
선두를 지키려는 대형 운용사와 틈새를 노리는 중형 운용사들의 ETF 조직 전열정비가 지속할 전망이다. 다만 대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시장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선점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게 ETF 시장의 현주소이지만 중형 운용사들이 먼저 출시한 ETF라 하더라도 상위 운용사가 자금력으로 뒤집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