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브루킹스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직 금융 문제가 (위기급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곳곳의 사건들로 인해 금융 여건이 악화하면 문제는 커질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이를 화상으로도 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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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는 지난 2006년부터 8년간 연준을 이끌며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을 지휘했다. 역사상 첫 양적완화(QE)를 본격화하는 등의 대책으로 위기를 잘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버냉키는 “미국 금융 시스템은 금융위기를 앞두고 있던 2000년대 후반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금융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우리가 정말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유럽 각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금융기관들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아시아 등 신흥시장은 매우 강한 달러화로 인한 자본 유출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처럼 금융 전반이 마비되는 시스템 위험 가능성은 낮지만,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이 미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버냉키는 연준 의장으로 일하기 전 1930년대 대공황을 분석한 저명한 경제학자로 명성이 높았다. 그는 1983년 논문을 통해 대공황을 분석하면서 ‘뱅크런’(Bank Run·경제·금융 상황이 악화하며 은행의 예금 지급 불능을 우려한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는 사태)이 경제위기로 이어졌다는 점을 증명했다. 뱅크런이 은행권의 도미노 부도를 초래하면서, 평소처럼 지나갈 수 있는 불황을 역대 최악의 대공황으로 만들었다는 게 그의 연구의 핵심이다. 버냉키는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 연구를 정책에 적용했다.
버냉키는 “(논문을 냈던) 1983년 당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주장은 아니었다”며 “(나의 생각을 현실에 적용해) 금융 시스템의 붕괴가 경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돌아봤다.
버냉키는 최근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맞서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침체를 촉발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연착륙을 시도하는 것은) 여전히 매우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