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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보이스피싱 방지안, 추석 후 발표…이번엔 효과 있을까

이연호 기자I 2022.09.08 06:48:01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비중 2019년 8.6%→2021년 73.4% 급증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해 대면편취형도 '지급 정지' 요청키로
고령층 등 취약층 보호 위해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서비스'도 체계화
'합수단'·'통합신고·대응센터’ 출범 등 국가적 역량 결집 ...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A씨는 00범죄에 연루됐으니 계좌에 있는 잔액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는 검찰 사칭 전화를 받았다. 잔액의 안전한 보관을 위해 현금으로 특정인을 만나 이를 전달하도록 요구받았다.

B씨는 저금리로 대환대출이 가능하다는 금융 기관 사칭 연락을 받았다. 상대편은 대환대출 실행을 위해선 기존 대출금을 자사 직원에게 직접 현금으로 상환해야 한다고 했다.

A, B씨처럼 최근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에 당하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과거에는 현금을 특정 계좌로 옮기는 계좌이체형이 많았지만, 최근엔 대면편취형 피싱에 당하는 경우가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 7월 2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출범식에서 주요 내빈들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명 중 7명은 대면편취형 피싱에 당해

대면편취형은 말 그대로 피해자가 보이스피싱범이 지정한 특정인(현금 수거책)을 만나 직접 현금을 전달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이다. 주로 정부기관이나 금융 회사를 사칭해 피해자를 유인하는데, 현금 수거책은 주로 피해자에게서 편취한 현금을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사기 이용 계좌로 무통장 입금한다.

과거엔 피해자가 현금을 특정 계좌로 바로 이체하는 ‘계좌이체형’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주를 이뤘다. 이후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의 홍보 강화로 범죄 추세가 대면편취형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 중 대면편취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9년 8.6%(3244건), 2020년 47.7%(1만5111건), 2021년 73.4%(2만2752건)로 급증했다. 특히 대면편취형은 계좌상 거래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과 달리 피해자가 피해금을 돌려받기가 사실상 힘들었다.

이에 정부가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를 위해 법 개정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이 같은 내용은 그간 보이스피싱 유관 부처 및 관계 기관들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법무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대검찰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국무조정실 산하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마련한 범정부 차원의 ‘금융 분야 보이스피싱 대응 방안’에 포함됐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를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로 드러날 경우 은행 등에 지급 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에 대해서만 금감원이 채권소멸절차를 밟아 피해금을 환급할 수 있게 돼 있다.

◇고령 고객엔 보이스피싱 예방 서비스 가입 권유

정부의 보이스피싱 대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정부인 2020년 6월에도 ‘보이스피싱 척결 종합 방안’이라는 보이스피싱 대책이 나왔다. 당시 대책엔 대포통장 범죄 처벌 강화, 금융회사의 책임 강화, 인공지능(AI) 등 활용 이상 금융 거래 탐지시스템(FDS)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에도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기업형 보이스피싱 조직이 적발되는가 하면 범행 수법도 문서 위조·악성프로그램 유포 등 점차 전문화·지능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현 정부는 보이스피싱을 민생 침해 범죄로 규정하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 중이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말 서울동부지검에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 합동수사단’을 출범시켰다. 또 정부는 여러 기관으로 분산돼 있어 피해자들이 불편을 호소해 온 보이스피싱 관련 피해 신고를 한 곳으로 통합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를 용산 이전으로 현재 비어 있는 서울 효자동 서울경찰청 202경비단 건물에 설치한다고 지난 6일 밝혔다.

보이스피싱 척결 방안의 연장 선상에서 나온 이번 ‘금융 분야 보이스피싱 대응 방안’엔 고령층 등 보이스피싱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금융 회사들은 앞으로 고객이 계좌를 개설할 때 지연 이체·입금 계좌 지정·단말기 지정 등의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서비스 가입을 권장해야 한다. 그간 은행 자체적으로 달랐던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서비스 매뉴얼도 통일해 체계적인 관리도 꾀한다. 은행연합회 한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기존에 제공하던 서비스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려 고객들이 최대한 많이 가입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이 지난 1일부터 시행 중인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활동 강화’와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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