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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시작은 ‘비공개 회의 유출 논란’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회의가 공개·비공개 부분으로 나눠서 진행되는데 비공개회의 때 나온 내용이 자꾸 언론에 ‘따옴표’ 인용돼 보도되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죠.
이는 배 최고위원을 저격한 말이었는데요. 최근 이 대표가 추진하는 혁신위원회에 대해 ‘이준석 사조직’이라는 발언, 안철수 의원과의 갈등에 대한 비공개 회의 발언 등이 유출된 경로로 배 최고위원을 지목한 것이었습니다.
이데 대해 배 최고위원도 “대표님 스스로도 많이 유출하지 않았냐. 누구 핑계를 대며 비공개 회의를 탓하나”고 맞서면서 회의 분위기는 험악해졌습니다. 양측이 물러서지 않으며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되자 권성동 원내대표가 “그만하시라”며 책상을 내려 치고 만류했지만, 이 대표는 비공개 회의 전환 후 약 3분 만에 자리를 떴습니다.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2차전이 벌어졌습니다. 먼저 회의 자리에 도착해있던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입장하는 것을 보고 그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는데요. 이 대표는 오른손을 휘저으며 배 최고위원의 손을 뿌리쳤습니다.
배 최고위원은 멋쩍은 듯 이 대표를 지나쳐 다른 위원들과 인사를 나눴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이 대표의 왼쪽 어깨를 손바닥으로 치며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앞선 갈등과 마찬가지로 이 장면 역시 국민의힘 공식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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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둘의 갈등은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이 대표의 ‘악수 패싱’은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이었죠. 그는 20일 최고위 회의 이후 이데일리와 만나 “당내 기강을 잡는 것이다. 상대 발언을 유출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하는 사람이 있어 ‘충격 요법’을 쓴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한 바 있는데요.
이 대표가 판단하기에 부적절한 행위를 한 인물들과의 ‘냉각기’가 필요한 것 같다는 취지입니다. 이후 이어지는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유사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겪었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익명 인터뷰 갈등을 겨냥한 듯 “익명 발언의 여지를 없애겠다. 이 당에 있는 모든 분란은 익명 발언에서 시작된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즉, 배 최고위원의 악수를 거부한 건 단순한 개인적 감정이었다고 보기보단 자신을 흔들려고 하는 ‘친윤’ 계파에 대한 일종의 경고장을 보낸 셈이죠.
하지만 배 최고위원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23일 비공개 회의에서 공천 관련 문제를 제기하며 이 대표를 향해 “당을 위해 얘기하면 대표가 좀 들으라”고 맞선 건데요. ‘공천’과 관련해 자기 당권 주자들과 이 대표가 미묘한 신경전을 이어왔던 것을 고려하면 ‘반(反) 이준석 전선’의 목소리를 대신해 배 최고위원이 맞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리위 징계 보류…“불순한 의도의 쿠데타” 비판도
이 대표 윤리위 징계가 보류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하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윤리위는 지난 22일 전체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징계 결정을 7월 7일로 미뤘는데요.
이에 대해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집권 여당 윤리위가 의혹만 가지고 징계 절차를 개시한다는 자체가 국민 상식에 맞지 않다. 많은 당원이 윤리위 배후에 누가 있는 것 아니냐 생각이 있는 걸로 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오신환 전 의원은 “정치적 불순한 의도를 가진 쿠데타”라는 강경한 발언까지 쏟아냈습니다.
즉 윤리위가 이 대표를 흔들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 대표 역시 윤리위를 향해 “2주 사이에 본인들이 참고할 만한 뭔가 새로운 게 나오길 기대하는 것 같다. 기우제식 징계다“라며 손을 거들었죠.
이 같은 갈등은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가 확정되기 전까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당 내에서는 물가·민생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러한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요. 국민들 역시 그리 곱게 보진 못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