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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가 개발한 고체 전해질은 기존 고체 전해질의 단점으로 꼽히던 이온 전도도를 100배 향상하면서 동시에 고무와 같은 신축성까지 확보했다. 이온 전도도는 배터리 내부에서 이온이 얼마나 잘 이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온 전도도가 높아지면 배터리 내부에서 리튬이온이 빠르게 전달돼 배터리 성능이 좋아진다. 또 고체 전해질 신축성이 뛰어날수록 배터리 내부에서 리튬이 나뭇가지처럼 뾰족하게 자라나는 덴드라이트로부터 전해질이 손상되지 않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술을 도입하면 한 번 충전으로 현재 500㎞가량인 전기자동차 주행거리가 80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선도기업인 미국 솔리드파워와도 협업에 나섰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설비에서 제조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함께 개발하기 위해서다. 이 경우 추가적인 설비 투자를 최소화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리튬 메탈(Lithium-Metal) 배터리를 구현하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는 노벨화학상 수상자(2019년)인 존 굿이너프(John B. Goodenough) 미 텍사스대 교수와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 중 전고체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삼성SDI(006400)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폭발 위험이 없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한 번 충전에 900km 주행이 가능해 차세대 전기차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의지다. 삼성SDI는 이를 위해 매출액의 7% 이상(2020년 기준)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배터리 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 평균의 두 배에 해당한다.
특히 삼성SDI는 지난해 9월부터 양극소재에 니켈 함량이 88%인 차세대 하이니켈 배터리 ‘젠5’를 양산하고 있다. 향후 니켈 비중을 90% 이상인 젠6, 젠7 배터리를 각각 출시할 계획이다. 니켈은 고용량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필수 원재료다. 양극재에서 니켈 함량을 늘리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어 전기차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늘리는데 유리하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차세대 전지로 전고체 배터리는 물론 리튬황 배터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2025년 상용화가 목표다. 리튬황 전지는 기존 양극 활물질에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LFP(리튬·인산·철)등을 넣던 리튬배터리와 다르게 황(S)을 넣어 배터리 용량 극대화를 이끌어내고, 무게를 획기적으로 낮춘 게 특징이다. 특히 기존의 리튬이온 전지는 코발트 등 고가의 양극 소재가 필수적으로 사용되지만, 황은 지구상 원소 중 17번째로 풍부한 원소로 가격이 저렴하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리튬황 전지는 배터리 용량은 늘리면서 무게는 줄이고, 동시에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다”며 “리튬황 전지는 이론적으로 최대 에너지밀도가 2500Wh/kg에 달하고, 최대 에너지밀도가 500Wh/kg인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4배 높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경량화에서 강점이 있는 리튬황전지를 드론,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의 비행체 신시장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